몇 년 전, 어느 아파트의 경비원이 주민들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을 시도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차장 출입 차단기를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천인공노할 사건도 벌어졌지요. 사회 전반에 갑질이 만연한 가운데 어린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삶터에서 이 같은 일들이 잇따르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쓴 최은영 작가도 어린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들이 자신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처사에 대해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분노했습니다. 이에 어린이가 어른들의 그릇된 행태를 고발하고 꼬집는 동화를 구상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직업으로 떠오른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소재로 이야기의 주목도를 높였지요.
《크리에이터가 간다》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인 ‘갑질 문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사회 비판 동화이자, 주인공 하준이의 성장을 다룬 동화입니다. 자기중심적이던 하준이가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상생의 가치를 깨달으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 가지요. 처음에 하준이는 단순히 화젯거리를 만들어 인기를 얻고 싶은 욕심에 경비 아저씨를 수상한 사람으로 몹니다. 또 부녀회장 아주머니에게 혼나는 아저씨를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하지요. 이는 지나친 경쟁 구도 속에서 승자와 패자를 냉혹하게 구분짓고 패자를 약자와 동일시하는 어른들의 왜곡된 가치관이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투영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 초반부 하준이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자아내지요. 그러나 순수한 동심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하준이는 아저씨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칩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하준이의 변화는 매우 의미 있고 교훈적입니다. 게다가 하준이는 자신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개인주의와 이기심에 갇혀 있던 아파트 주민들의 변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