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선을 아는 첫걸음_김명국, <달마절로도강도>
한 글자에 담긴 무심_대진, <달마지혜능육대조사도>
깨달음이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_양해, <육조파경도>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지 말게나_후가이 에쿤, <지월포대도>
빈 것마저 비워낸 충만의 경지_작가 미상, <마조방거사문답도>
사리가 없는데 어찌 특별하다 하는가_인다라, <단하소불도>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네_마공현, <약산이고문답도>
세 치의 작은 낚싯바늘_카노 치카노부, <선자협산도>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_가이호 유쇼, <조주구자도>
나의 본래 모습을 보다_마원, <동산도수도>
앎과 삶의 차이_양해, <도림백낙천문답도>
지혜와 지해_카노 모토노부, <향엄격죽도>
선지식을 만나 입법계를 이루다_시마다 보쿠센, <선재동자도>
2.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흔들림 없는 단정한 마음_오빈, <달마도>
마음은 마음자리에 있다_셋슈 토요, <혜가단비도>
본래의 참된 마음을 잘 지키게나_카노 츠네노부, <재송도인도>
전도몽상의 마음을 끊어내다_하세가와 도하쿠, <남전참묘도>
마음을 길들여 선에 들어가다_석각, <이조조심도>
집착 없는 마음, 무소유_임이, <지둔애마도>
기지개 한번 쭉 펴게나_김득신, <포대흠신도>
쇠똥 화로에서 향내가 나다_타쿠앙 소호, <나찬외우도>
소와 함께 떠나는 선의 길_작자 미상, <목우도>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라_셋손 슈케이, <원후착월도>
고요하고 적막한 경지_유숙, <오수삼매>
서방정토로 나아가는 마음 수레_김홍도, <염불서승도>
내 마음의 초상_타쿠앙 소호, <원상상>
3. 도법자연(道法自然 선지일상(禪旨日常
자연은 한 권의 경전_가오, <한산도>
마음을 비추는 밝은 달_장로, <습득도>
일상에 담긴 불법_가오, <조양도>/ 가오, <대월도>
가사에 담긴 선승의 마음_심사정, <산승보납도>
어느덧 가을인가, 아직도 가을인가_작가
깨치고, 그리고, 노래하다
호쾌한 필치로 순간의 깨달음을 그린 선화(禪畵와
담박한 어조로 마음의 이치를 노래한 선시(禪詩의 만남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내와 배 위에서 태연하게 쳐다보고만 있는 스님, 매서운 얼굴로 한 손엔 장검을, 한 손엔 고양이를 그러쥔 한 노승, 경전을 박박 찢으며 호기롭게 웃고 있는 사내, 석양 짙은 저녁 소와 함께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 물에 비친 달을 잡기 위해 나무에 의지한 채 서로 몸을 잇고 있는 원숭이들, 그저 …. 대체 이 그림 속은 인물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지극히 당연하여 마치 농담을 주고받는 것 같은 선사들의 심오한 이야기를 수묵의 선과 농담으로 통쾌하게 그려낸 선화. 이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시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 선(禪예술 인문교양서다. 전통미술 연구자 김영욱은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 자료와 다양한 문헌을 모았고, 국내 최초로 한중일 선화와 선시를 한 권의 책으로 녹여냈다. 저자는 3년간 《법보신문》에서 옛 그림과 현대 그림을 감각적이고 정갈한 문체로 풀어낸 글을 연재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직관적 체험의 경지를 그림과 노래에 담다
선화(禪畵는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의 교리나 선종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을 말한다. 선종은 자신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깨우치고 철저하게 밝히는 것을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본다. 정신적 체험의 경지를 직관적 시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선화다. 다시 말해, 말이나 글로는 묘사될 수 없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회화적 은유에 가깝다. 또한 단번에 깨닫는 ‘돈오(頓悟’를 강조하는 선의 정신답게, 화면에 담긴 필선 역시 거침없고 간결하다. 먹선과 담채, 그리고 여백이 만들어낸 세계를 응시하다 보면, 고즈넉한 산사를 깨우는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사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분발하도록 만든다면, 선종화는 우리에게 마음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