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어. 나는 소리를 봐
소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게 뭔지 잘 모릅니다. 늘 언제나 그래 왔으니까요. 소녀는 마치 물속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소리를 듣는 대신 눈으로 봅니다. 엄마 아빠의 말도 아주 잘 보인답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소녀를 ‘듣지 못하는 아이’라고 소개하고, 아빠는 밤마다 소녀의 손을 아빠의 목에 가져다 대고 입으로 소리를 내는 연습을 시켜요. 아무도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소녀는 너무나도 답답함을 느낍니다. … 음성 언어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언어를 빼앗긴 소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지는 그래픽노블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농인 소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언어적 존재이고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언어를 습득해야 합니다. 청인들이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농인들도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죠. 수어가 농인들이 자연스럽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언어이고요. 이 책은 소리를 보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다르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 말미에는 농인의 언어인 수어에 대해 좀더 알아볼 수 있는 정보 페이지를 싣고, 농인아동과 농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의 김주희 대표의 작품 해설을 더해 독자들이 소리가 보이는 세계를 느끼고 이 책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머리로 또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품고 있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해요.
소리를 잘 보는 사람들은 보이는 언어로, 소리를 잘 듣는 사람들은 들리는 언어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요.
김주희(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
농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