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사랑은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되어 자녀를 키울 때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를 바라볼 때의 사랑법은 확실히 다릅니다. 손주가 바라는 건 뭐든지 다 해 주고 싶고, 떼를 써도 받아 주고 싶은 게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고 손주 사랑이죠. 손주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면 ‘자식 사랑보다 더한 것이 손주 사랑’, ‘손주 바보’ 같은 말이 생겼겠어요.
이 책의 할아버지도 이른바 손주 바보인 모양입니다. 손녀에게 선물하고픈 마음에 재미로 시작한 인형 뽑기가 어느덧 수준급 실력이 되질 않나, 평소에는 느긋하다가도 손녀가 오기로 한 날이면 애꿎은 시계만 계속 쳐다보며 조바심을 내니 말이에요. 마침내 지루한 기다림 끝에 손녀를 만나서는, 막상 뭐든지 해 주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손녀 말을 놓치고 몸이 맘 같지 않아 이내 손녀를 토라지게 만들기 일쑤지만요.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있어도, 손자를 사랑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없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중에서
손자, 그것은 인생의 봄 싹이다. 그것을 가꾸어 내는 일은 좀더 뜻있는 일인지 모른다.
―계용묵, 단편 〈묘예〉 중에서
고령 시대,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
다행히 할아버지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뽑은 인형을 건네자, 손녀의 얼굴에 금세 웃음꽃이 핍니다. 활짝 웃는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요. 기뻐하며 인형을 들고 뛰어가는 손녀와 한 발짝 뒤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독자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어느덧 할아버지와 손녀와 함께 보낸 꿈같은 시간은 지나가고, 손녀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손녀는 가고 없지만, 손녀의 흔적은 할아버지의 거실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런, 할아버지가 준 인형도 놓고 갔네요.
오늘따라 방이 좀 휑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늘도 2인용 침대에 혼자 누워 잠을 청합니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