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고 썩은 세상에 결코 굴복할 수 없었던 소녀 애희의 삶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고 멋진 시를 지으며 행복하고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애희는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원치 않는 왜장의 수양딸이 된다. 그러나 애희는 왜적들이 하라는 대로 순종하지 않았다. 오랜 전쟁이 끝났어도 애희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을의 관리가 된 아버지의 옛 글벗은 애희를 기생으로 만들었고, 관리들은 전쟁에 지친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기는커녕 유흥에만 빠져 있었다. 애희는 썩은 세상에 적응해서 쉽게 살아가는 대신 그들과 맞서는 삶을 선택했다. 애희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덧 독자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굳건하고 용감하게 맞서 싸웠던 이들을 생각하며 같이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 된다.
붉은 치마섬 홍상도,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다
울산 지역에서 다양한 작품을 쓰는 장세련 작가는 울산이 늘 공업도시로만 기억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그에게 ‘물에 빠진 기생의 붉은 치마’와 ‘홍상도’의 이야기는 새로운 영감을 던져주었다. 작가는 ‘애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기존 관념을 벗어나 당차게 자신의 신념을 펼치는 새로운 기생의 모습을 창조해냈다.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는 왜란이 일어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탐관오리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세상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할 관리가 제 욕심만 채우는 걸 알게 됐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생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당찬 애희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