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현대인의 초상화 루소의《고백록》
루소의《고백록》은 아마 루소의 저술들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일 것이다. 출판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소설《쥘리》혹은《신엘로이즈》는 19세기에 들어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사회계약론》은 정치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술들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실제로 대중들의 애독서가 된 적은 없었다. 반면《고백록》은 대중들이 자서전 전반에 대해 점차 고조되는 흥미를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고백록》이 루소의 작품들 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루소의《고백록》은 서양문학사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먼지가 쌓인 고전으로 서가에만 얌전히 꽂혀 있을 책이 아니다. 제목으로 인해 이 책을 기독교적 전통에 선 자서전으로 오해하고 따분한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고백록》에는 어두운 무의식의 심연에서부터 신성에까지 고양된 한 현대적 영혼의 너무나 솔직하고 생생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핏 보면 사소한 사건들이 한 인간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주름을 새겨 넣으며 어떻게 한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읽어나가노라면, 우리는 어느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루소의 삶에 흠뻑 빠져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루소와 맺게 될 관계는 공감적일 수도 있고 비호감적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감정적 반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관계의 직접성이다.《고백록》을 읽은 후 밉든 곱든 루소는 우리들에게 3인칭의 존재가 아니라 2인칭의 존재로 변형되며, 우리는 싫든 좋든 나와 ‘그대’를 ‘우리들’ 인간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영혼이 갖는 아름다움과 추악함, 그리고 그들이 겪는 행복과 고통이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얼마나 애써 모르는 척하며 살고 있는가. 루소의《고백록》은 다른 사람들, 더 나아가 우리들 자신에 대한 무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