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유령 잡는 안경이 있다고?
“나는 머리 감는 게 정말 싫어. 끈적끈적한 여름밤에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 어쩌다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방마다 불을 다 켜 놓아야 해.” 주인공 아이의 고백에 “나도! 나도!”를 외칠 어린이들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커튼 뒤에서, 문틈에서, 침대 밑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 덮칠 것 같은 그 기분을 어른들은 왜 몰라주는 걸까요?
홀로 두려움에 시달리던 아이는 벼룩시장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물건을 발견합니다. 바로 ‘유령 잡는 안경’이지요. 안경을 쓰면 나타나는 커다란 장갑으로 유령을 꽉 붙든 뒤 10초만 기다리면 끝이라는데……. 솔깃해진 아이는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유령 잡는 안경을 장만합니다.
하지만 유령 잡는 안경이 있어도 무섭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발끝이 어쩐지 간질간질한 것 같아 안경을 썼더니…… 정말로 유령이 보입니다! 하나…… 둘…… 셋…… 탁! 설명서에 나온 대로 유령을 꽉 붙들고 열을 세었더니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긴 하네요.
그런데 다음 날 밤에도 또 유령이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없애버리려 했더니, 유령이 묘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아니겠어요. “히힛, 없애 봤자 소용없어. 우린 다시 돌아올 거니까.” 아이가 펄쩍 뛰며 왜냐고 묻자, 유령은 히죽거리며 대답합니다. “내가 우릴 불렀잖아, 히힛.” 아이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유령의 말을 곱씹을 때입니다. 갑자기 유령 잡는 안경이 깜빡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유령들을 물리치고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유령을 잡는 건 안경이 아니라 마음
“뭐가 무섭다고 그래?” “하나도 안 무서워.” “우리 ??이는 정말 씩씩해.” 아이들이 두려움을 호소할 때 양육자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하거나 용기를 강요당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홀로 두려움과 맞서게 되지요.
아이들이 두려움을 호소할 때 가장 먼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