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걸린 부엉이』 는 브로콜리숲에서 시리즈로 선보일 ‘빛그린 동심집’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에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짧은 글을 붙여 묶은 책입니다. 동시에 앞서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짧지만 짧지 않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자인 이묘신은 동시뿐만이 아니라 동화, 그림동화, 청소년시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마음을 나눠왔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가는 듯하지만 예민한 더듬이를 쉴 새 없이 뻗고 있는 중입니다. 시인이 육성처럼 서문에서 밝혔듯 어느 날 역사를 배우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강사의 설명에 잔뜩 귀 기울일 때 시인은 당연하게도 한눈을 팔았나봅니다. 땅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은 낙엽이 예민한 더듬이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지요.
바닥이 가을을
꽉 붙잡고 있다
〈낙엽〉전문
시와 사진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인지라 이 짧은 글을 읽을 때는 사진과 곁들여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시인이 쓴 글이니까 시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꼭 이것을 시라고 명명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조그만 종소리라고 부르면 어떨까도 싶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려 있는 작고 앙증맞은 은종.
시멘트 길이
찢어져 있다
바랭이풀이
기워주고 있다
〈길〉전문
깨진 콘크리트 사이에 핏줄처럼 드러난 척박한 땅에 바랭이는 억센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거기가 바랭이풀의 집이지요. 시인은 콘크리트가 깨져 생긴 상처를 바랭이풀이 기워주고 있다고 씁니다. 아주 안간힘으로 그렇게 바랭이풀은 세상을 지탱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곁을 지키는
그림자에게
꽃을 선물했다
그림자가 활짝 웃었다
〈선물〉전문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다 문득 자기를 꼭 닮은 그림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그림자입니다. 묵묵히 따라 다녀준 벗과 같은 그림자. 그림자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하얀 꽃이 그림자를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