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인간을 멸종시킨 지 30년…….
누구 하나 의문을 던지지 않는 견고한 로봇 사회에 ‘인간 소녀’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더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지구의 마지막 소녀》는 열두 해 동안 쉬지 않고 자신의 목적에 따라 움직여 온 로봇 XR_935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0과 1, 단 두 숫자로 이루어진 이진법의 기초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로봇이기에 그 어조가 조금은 어색하고 딱딱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독자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로봇의 인식 체계로 안내하여 서사에 몰입하게 한다.
시런_902, SkD_988과 함께 태양광 발전소에서 일하던 XR_935는 어느 날 열두 살 인간 소녀 에마를 만난다. 하나의 수학 공식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인간과의 만남은 태양광 패널의 ‘접합/연결/부착’을 ‘반복’하는 행위만으로 점철되어 있던 세 로봇의 일상에 커다란 동요를 일으킨다.
“아무것도 확인할 필요 없어! 난 인간이야! 맹세해!”
나는 에마의 대답을 분석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러니까 네가 진짜 인간이라면,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어.”
나는 허리춤에서 작은 검정색 기기를 끌렀다. 그리고 총신을 들어 올려 정확히 에마의 가슴을 겨누었다.
“너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해.”
-본문 중에서
소통 끝에 에마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가족을 잃은 어린아이’이면서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세 로봇은 에마를 돕기로 결심하고 이전의 삶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
독자들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세 로봇의 단조로운 삶이 에마가 가진 다채로운 정서에 물들어 가는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더불어 목적지로 향하면서 겪는 여러 위기를 통해 서로를 믿는 우정, 함께여서 느낄 수 있는 기쁨,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따뜻한 사랑 또한 느낄 수 있다.
■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는 용기
《지구의 마지막 소녀》의 또 다른 키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