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빠진 도시락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 맥스네 가족. 맥스는 새 학교를 다니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학교에도 맥스를 괴롭히는 못된 녀석들이 있는 거다. 전학 첫날부터 빨간 머리의 닉 일당이 복도를 지나가려는 맥스를 가로막고는 다짜고짜 도시락을 빼앗는다. 맥스는 화가 나지만, 녀석들의 덩치가 훨씬 더 큰 데다 머릿수까지 차이가 나서 차마 덤벼들 수가 없다. 대신 맥스는 눈을 감고 상상한다. 커다랗고 늠름한 나만의 강아지 킹이 녀석들을 흠씬 혼내 주는 통쾌한 상상 말이다!
맥스는 눈을 꼭 감고서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적갈색 털의 커다란 개가 내 뒤에 서 있다, 튼실하고 멋진 꼬리를 우아하게 흔들면서…….
“물어, 킹!”
맥스가 작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킹이 큰 소리로 컹컹 짖으며 복도로 달려 나갔다. 그러고는 화장실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빨간 머리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녀석이 바닥에 벌러덩 넘어지자, 킹은 앞발로 가슴팍을 밟고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얼굴이 새햐얗게 질린 빨간 머리는 꿈쩍도 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졸개들은 진작에 도망가고 없었다.
맥스는 화장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빨간 머리를 가소롭게 쳐다보는 모습까지 상상을 했다.
“그만.”
맥스가 나직이 속삭였다. 킹은 위풍당당하게 걸어와 맥스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날카로운 이 사이에 청바지 조각이 끼여 있었다. 빨간 머리, 아니, 겁쟁이 녀석은 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엉엉 울면서 교실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맥스는 젖은 손을 탁탁 털어 겉옷에 쓱쓱 문질러 닦은 다음, 킹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맥스는 더 이상 패배자도, 겁쟁이도 아니었다.
-11~12쪽에서
소원을 파는 가게
어느 날, 맥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상을 하던 중 수상한 가게를 맞닥뜨린다. ‘소원을 파는 가게?’ 호기심이 생긴 맥스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가 하얗고 눈썹이 지렁이처럼 두툼한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한다. 이 신기한 가게에선 상상의 돈만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