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사와 무사도를 논하는 책은 수없이 많다. 국내에 번역된 유명한 책만 살펴보더라도 윤리적 관점에서 쓴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 인류학적 관점에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사회학적 관점에서 쓴 이케가미 에이코의 『사무라이의 나라』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학자가 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기존의 역사책과는 달리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가령 무사는 농촌이 아니라 都에서 탄생했다, 칼은 무사의 혼이 아니다. 전쟁터의 말은 모두 조랑말이다, 나가시노 전투는 허풍이다, 무사가 주군을 배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사도는 무사가 사라진 후에 생겨났다 등등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무사도의 이미지와는 상치되는 내용이 과감하게 제시되고 있다. 물론 저자는 일본이 무사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사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아니고,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아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무사의 기원을 천황의 궁정 가까이에서 무의 기예로 봉사하는 예능민(요즈음의 엔터테인멘터가 아니다으로 보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일본은 아마 세계에서 남북의 길이가 가장 긴 나라이고(물론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동서로도 간토와 간사이로 동과 서의 문화적 차이가 분명해서 동서남북으로 각각 나라가 나누어져 동국·서국·북국·남국으로 불릴 만큼 지역차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세기 이래로 천황이라는 왕을 중심으로 일본이라는 국호로 지금까지 통일을 유지해오고 있기도 하다. 무사의 나라라는 것은 13세기 동국 지방에 가마쿠라막부가 창립되고 나서 19세기 메이지유신으로 막부가 사라지기까지를 말하지만, 그 사이에도 천황의 존재가 중단된 적은 없었다. 무사의 나라일 때에도 동국은 쇼군이 서국은 천황이 최고행정의 책임자로서 군림하고 있었고, 신도의 주재자로서 천황의 위치나 고케닌이 교토오반야쿠를 해야 하는 천황의 위치를 생각하면 일본은 무사의 나라라기보다는 천황의 나라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