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펜호이저는 8개 장의 주제를 설정하고, 각각의 장에서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해설(해석한다.
짧은 전기적 형식을 취한 1장 “유년기를 새로이 붙잡으려는 시도”에서는 토마스 만의 ‘증언’을 빌어 아도르노의 정신적 특징과 그를 둘러싼 시대적 조건, 정신적 교류들을 스케치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망명 생활의 경험을 통해 강화된 아도르노 사유의 자기성찰이다. 민주주의가 게임의 규칙으로도 작동하지 않게 된 독일과 미국의 일상적/실용적 민주주의의 대비, 또한 대중문화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한 미국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 그리고 1950년 미국에서 출간된 획기적인 저작 『권위주의적 성격 연구』를 통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사회 자체의 양가성을 통찰한다. 그에게 문화의 내적 모순이란 그것이 비인간적인, 억압적인 사회구성체의 토대 위에서 인간성을 약속한다는 사실, 그리고 결국 문화산업으로서 상품생산의 규칙에 완전히 종속되어 버릴 때 자신을 스스로 부인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아도르노는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역사의 경험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비판적인 이론적 노동이 이어져야 하고, 자신의 경험이 그 핵심을 이루는 바로 그곳에서 무언가를 바꾸고자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 아래 귀국한다.
아도르노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망각에 대항하는 투쟁이었다. 망각의 시도는 “과거의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서, “틀을 갖춘 사회”라는 모토 아래의 사회 재건과 경제 기적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제거해 버리려는 것이었다.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이 더 첨예화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였다. 2장 “비판”과 3장 “이성의 자기비판”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아도르노 철학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비판”의 성격과 본질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칸트의 비판철학과 헤겔 변증법의 긴장 속에서, 그리고 맑스의 급진적 역사철학의 계승과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전개한다. 이와 함께 슈베펜호이저는 이러한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의 전개가 68 학생운동의 ‘실천 숭배’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