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라울 니에토 구리디와
인그리드 샤베르가 만나 펴낸 한 편의 시 같은 첫사랑 그림책
칸델라는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아요.
하지만 나만 그 아이를 바라볼 뿐,
칸델라는 내가 눈길조차 주지 않지요.
학교에 간 첫날, 소년은 앞자리에 앉은 칸델라라는 소녀를 보고 마음속에 사랑을 싹틔운다. 하지만 새와 사랑에 빠진 소녀는 소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가 좋아하는 새가 되기로 마음먹고, 커다란 깃털 옷을 뒤집어쓴다. 깃털 옷을 입고 학교에 간 소년을 보고 친구들은 킥킥대며 웃지만, 그 어떤 일 앞에서도 소년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소년은 말한다. ‘난 괜찮아요. 정말 새가 되고 싶었거든요.’ 마지막에 소녀는 소년을 발견하고 소년의 거추장스러운 깃털 옷을 벗긴다. 마침내, 깃털 옷 뒤에 가리고 있던 소년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칸델라는 소년을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가만 안아 준다.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백하는 듯한 소년의 목소리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우리를 귀 기울에 하고, 어느새 소년의 시선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저마다 마음속에 자리한 따스한 첫사랑의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는 사랑스러운 그림책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칸델라가 나를 보았어요.
우리는 처음으로 마주 보게 된 거에요.
그저 쑥스럽고, 다가가지 못해 급기야 소녀가 좋아하는 새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참 사랑스럽지만 한결같이 담대한 모습은 도리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소년은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내리는 장대비에 온몸이 젖어도 깃털 옷을 벗지 않는다. 이렇듯, 『새가 되고 싶은 날』은 ‘관계’의 속성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계는 때로 더디고 힘들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기다려 주어야 하기에. 그러나 무수히 많은 시선이 빗나가더라도 지난한 과정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