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을 만났다!
이렇게 짧은 만화가 이토록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길 수 있을까?
오민혁 단편선의 시작을 알린 〈화점〉은 이미 유명하다. ‘아, 그 바둑 만화! 대단했지’ 하며 회상하는 글들을 여럿 접했다. ‘화점’은 바둑판에 그려진 9개의 검은 점을 일컫는다. 그야말로 바둑판 이야기, 흔히 바둑을 인생에 비유한다. 바둑은 흑과 백이 서로 집을 늘려 가는 싸움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돌이 살거나 죽거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을 몰라도 만화를 읽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가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을 뛰어넘으려는 제자 욕망과 그를 바라보는 스승의 시선이 화점에서 만난다. 두 번째 〈달리와 살바도르〉에는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 등장한다. 배경은 첨단 로봇과 공생하는 세상. 최첨단 로봇일지라도 기본으로 장착된 기능은 입력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매번 연인의 똑같은 흉상을 제작하는 남자 살바도르와 남자의 한결같은 사랑을 의심하는 여자 달리. 살바도르와 달리 중 한 명은 로봇이다. 충격적인 결말은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이 만화를 읽고 나면 한 문장이 뇌리에 박힐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세 번째 단편 〈아이스크림〉은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간절하던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는 남, 북으로 갈라져 적이 되고 만다.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서 두 친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이스크림 하나로 이렇게 뜨거운 우정을 표현할 수 있음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네 번째 〈룰렛〉은 부랑자 도일이 누군가에게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납치범은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형제 포우. 엄청난 부자인데, 모두 내기 도박으로 따낸 거란다. 포우는 심지어 여자까지 내기로 얻은 남자다. 부랑자 도일은 포우의 전 재산을 걸겠다는 제안에 자신의 목숨을 건 내기를 시작한다. 도박에서의 속임수는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 서로 속고 속이는 도박판에서 누가 누구를 속여 무엇을 쟁취했을까?
다섯 번째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