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어린이
책의 첫 장면은 돌아앉은 아이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바쁘고, 오늘따라 웬일인지 단짝 곰돌이마저 아무 말이 없다. 금붕어까지 사라져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쓸쓸한 아이는 그제야 사실은 작은 새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직이 털어놓는다. 아이는 작은 새가 곁에 와 준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기쁘다.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던 아이는 모자로 새를 잡으려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자신은 새를 잡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다행히 아이의 창가로 노래하는 작은 새가 찾아오지만, 새의 눈길을 자꾸만 저 밖으로 향한다. 작은 새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돌려받을 때 더욱 빛나는 마음
아이는 작은 새의 눈길이 밖으로 쏠리는 이유가 외로움 탓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 그건 누구보다 그 자신이 외롭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토록 기다렸던 친구를 제 손으로 집에 돌려보내 준다. 자신의 외로움만을 앞세우지 않고,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의 외로움을 먼저 위로한다. 작은 새를 떠나 보낼 수 있는 건, 아이가 남다르게 씩씩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서가 아니다. 아이는 여전히 작고 외롭다. 그러나 바로 그 여린 마음을 딛고 자신보다 더 외로운 존재를 생각하는 용기를 낸 것이기에 이 선택은 더욱 값지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에서 혼자 남겨진 어린이의 고독이라는 테마는 되풀이된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아이의 텅 빈 마음을 채워 줄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아이는 작은 새와의 만남을 통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내어 준 후에 돌려받을 때의 기쁨을 배운다. 우리는 이 지극한 기쁨을 다른 말로 ‘우정’이라고 부른다.
치히로 작품 세계의 정수가 담긴 걸작
이와사키 치히로는 평생 어린이를 위한 책을 만드는 데 전념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사실은 그가 책의 독자가 어린이라고 해서 내용이나 표현에 미리 제한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