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을 그린 것도 만화가 되냐?”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어느 날 문득 엄마가 궁금해진다. 큰 기대 없이 청한 엄마의 과거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얘기를 들을수록 엄마의 얘기도 ‘역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격동의 시기에 태어나서 자란 평범한 엄마의 생애가 기록되는 것의 가치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인 역사와 엄마가 체험한 역사는 달랐지만, 두 가지 역사는 어느 외길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엄마의 팔십대와 딸의 사십대, 꼬박 십 년의 세월을 바쳐 완성된 한국 근현대사 백 년의 장면들이 네 권의 만화 속에 놀랄 만큼 생생하게 펼쳐진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총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함경도 북청을 배경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어머니(어린시절 호칭은 ‘놋새’의 유년 시절 집안사가 그려진다. 2부에서는 원치 않은 혼인과 동시에 광복을 맞이한 놋새가, 6·25전쟁으로 인해 피란민이 되어 남한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린다. 3부에서는 거제 수용소에서의 피란민 시절을 거쳐 논산에 터를 잡은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놋새의 삶이 그려진다. 4부에서는 70년대 말 서울에 올라온 뒤의 가족사가 펼쳐지는데, 대학생으로 성장한 딸(작가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이야기와 맞물려 진행된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시작한 딸이
꼬박 십 년을 바쳐 완결한 어머니의 삶
이야기는 현재 모녀의 대화와 어머니의 기억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현재의 딸(작가이 대화를 통해 엄마의 과거를 불러오는 식이다. 자그마한 실마리만 있어도 고향을 생각해내는 노모는 놀라운 기억력으로 백 년 전 함경도 마을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되살려낸다. 마을의 동서남북 지리부터 “이씨 성을 가진 40호 정도 되는 집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 마을의 구성,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 마을 행사와 결혼 등 관혼상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