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봄비는 모른다
봄비는 모른다 / 거미의 자존심 / 할머니 한글공부 / 졸음 / 한 턱 쏘세요 / 화난 거미 / 맨입으로 못 보내 / 휴, 다행이야 / 달모자 / 꽃에게 / 담쟁이 / 봄이야, 봄 / 초승달 / 화전
제2부 한 발 늦었다
멍게 / 5분이면 / 앉은뱅이꽃 / 사랑 / 혼잣말 / 한 발 늦었다 / 산행 / 뱃길 / 그림자의 꿈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모내기철에 / 시원한 말 / 매미는 잔업 중 / 누가 이겼을까? / 설마 / 나비 고민 / 가을밤
제3부 전봇대의 고백
휘청 / 원숭이의 각오 / 솟대와 풍경 / 고대로 / 대추 털기 / 다행이다 / 도꼬마리 / 쉬운 말 / 전봇대의 고백 / 기록을 깨다 / CCTV / 동생이라고 / 눈 온 아침 / 종이상자 집 / 열쇠 / 담쟁이
제4부 그게 뭘까?
눈사람 / 첫눈 / 왜가리 / 큰일 / 사과껍질 / 술래잡기 / 지렁이의 자존심 / 환주문에서 / 말 못 해 / 누가 하면 어때? / 배추애벌레 / 벽화 앞에서 / 사과가 빨간 건 / 그게 뭘까?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자아와 객체의 관계성 그리고 말 걸기_김종헌
자연과 사물을 꿰뚫는 예리한 시어로 일상을 되짚어보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17번째 동시집 『봄비는 모른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1년 『오늘의 동시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우남희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우남희 시인의 동시는 대체로 짧고 함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 짧은 동시가 유행하고 있어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짧은 시에도 격이 있고 시적 사유를 머금었다가 내뿜는 울림의 정도가 천차만별이기에 저마다의 시적 성취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종헌 평론가가 지적하듯이 “짧은 동시는 시적 대상의 사전적 의미를 비틀면서 웃음을 자아내거나 대상의 외적 특성을 간결하게 묘사하는 정도에 그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우남희 시인의 동시는 그러한 약점을 뛰어넘는 시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적 성취와 재미를 지니고 있다.
설레게 할 수 있을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처음이라
오는 내내
고민했을 거야
--「첫눈」
얼핏 보면 아주 평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짧고 쉬운 작품이다. 첫눈이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내린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시를 곰곰 읽다 보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제목이 ‘첫눈’인데 여기서는 첫눈이 내리는 풍경이나 첫눈을 바라보는 심상을 노래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첫눈을 하나의 객체이자 대상으로서 거리를 두기보다는 주체의 시선을 객체화함으로써 타자의 입장과 감정을 유추해 재해석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첫눈’이라는 언어유희가 적절히 활용된다. ‘첫’눈이니까 처음의 설렘과 망설임이 함께 했으리라는 전제하에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고 공감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처음’이라는 말은 아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할 수밖에 없는 단어다. 아이들은 모든 게 새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