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암과학자, 암에 걸렸습니다”
누구보다 암을 잘 알고 있던 과학자, 암에 걸리다
절망을 일기로 풀어낸 항암일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김규원의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가 출간되었다. 학문에 대한 갈망으로 암과 항암제 연구를 해 온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을 집어삼킨 암이라는 존재를 파헤쳐 나갔다. 학문의 동반자였던 암이 발견되었을 때, 나았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고, 다른 형태로 또 찾아오고… 암은 그야말로 미로 속에 갇힌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암은 내 머릿속에서 막연한 관념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암을 내 몸 전체로, 나의 죽음과 직결하면서 맞이하게 되었다.”
암은 연구의 대상이었다. 학문의 동반자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코의 안쪽에서 5~6센티미터 크기로 발견되었다. 암 덩어리가 달걀만 한 크기로 자랄 때까지 몰랐다.
암이 몸과 마음의 온 감각을 지배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기록을 1장과 2장에 담았다.
“우리는 끝끝내 이겨낼 수 있을까. 미로에 갇힌 암을”
다양성, 복잡함, 무한성을 가진 암
암의 어둠에 빛을 비추고 싶은 생명과학자의 기록
그렇다면 우리는 항암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렇게 지난 13년 동안 나는 암과의 만남에서 항암제와 같은 기적적인 약물의 도움으로 암이 드리운 암흑의 장막을 헤치고 밝은 양지쪽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암이 언제 다시 그 장막을 펼칠지 알 수 없지만. 이 약물들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하여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암에 많은 명칭이 붙고,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렇게 암이 실체화된 것은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만큼 암은 암흑 속에서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암을 세상에 끌고 나온 자는 독일의 병리학자인 루돌프 피르호다. 암을 세포들이 증식하여 생긴 ‘신생물’이라고 명명하면서 비로소 암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이후 암의 역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