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 그 섬이 있습니다. 등대 하나, 그리고 그 등대를 지키는 한 사람이 사는 섬. 아무도 찾지 않는 멀고 외딴 섬. 외로운 그 섬에 어둠이 내리면 등대지기는 불을 켭니다. 아주 가끔 저 멀리 지나가는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대를 밝힙니다.
어느 날, 새들이 아기를 데려옵니다. 아기는 등대지기의 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혼자서도 불을 켤 줄 아는 소녀가 됩니다. 이제 할머니가 된 등대지기는 다시 찾아온 새들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납니다. 날마다 묵묵히 바다에 불을 밝히는 거룩한 임무는 새로운 등대지기가 이어 가겠지요. 그리고 또 어느 날엔가, 새들이 아기를 데려올 겁니다. 세상 끝에 있는 외롭고 먼 섬, 그 등대로.
이 책에는 글이 없다.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등대지기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그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말하지 않기에 더 깊은 울림이 느껴지고, 등대지기의 사명이 더욱 숭고하고 거룩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글자 없는 그림에서 어른이 못 찾는 길까지 찾는다. 그림이 표현하는 이야기를 더 잘 읽기 위해 페이지마다 더 오래 눈길을 두기 때문이다. 오래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그림에서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하는,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길이 나타난다. 그게 바로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