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마지막 조각가’이자 ‘최초의 현대 조각가’
로댕은 빛과 그림자를 표현할 수 없다는 조각의 한계를 극복한 위대한 조각가이다. 로댕은 회화의 고유한 전유물이던 빛과 그림자를 조각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또한 사고로 파괴되고 남은 조각의 일부에 불과하던 토르소를 애초부터 팔다리나 머리가 없는 작품으로 만들며 토르소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로댕을 ‘토르소의 발명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로댕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 내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더욱 분명하게 조명하며 그의 남다른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한편 로댕은 그의 대표적인 토르소 작품 <걷는 남자>를 비롯해 <한때는 아름다웠던 투구 제작자의 아내> 등을 통해 아름다운 것만을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던 근대의 미술 작가들과 달리 추한 것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주며 현대 조각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은 신의 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볼 수도 잡을 수도 없고, 맛도 냄새도 없고, 소리도 나지 않는 ‘생각’을 조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로댕은 지옥을 순례하고 돌아온 시인 단테의 기억 속 그림자를 청동 조각 <생각하는 사람>으로 표현해 냈다. 그렇다면 조각가는 어떻게 형태에 생명을 불어넣고, 또 감정을 만들어 낼까? 로댕은 재료의 성질과 무게와 크기, 표면의 질감, 날카롭거나 완만한 형태와 경계선, 덩어리로 연결되는 내용의 뭉침과 흩어짐, 빠르거나 느린 줄거리의 진행 속도, 조형이 수용하거나 퉁겨내는 빛의 흐름,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그림자의 농도차를 수없이 관찰하고 비교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상상하고 변형시키고 개선하며 젖은 점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로댕은 스스로를 ‘창조하는 조각가’로, 태초에 점토를 빚어서 첫 인간 아담을 빚어낸 창조주를 ‘신성한 조각가’라고 불렀을 정도로 창조와 표현에 공을 들인 작가다.
<생각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