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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저자 김선지
출판사 은행나무
출판일 2020-06-17
정가 16,000원
ISBN 979119049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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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_걸출했던 여성 거장들을 찾아서

1부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 조각, 그 금녀의 문을 두드리다―프로페르치아 데 로시
·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진 초상화의 귀재―마리에타 로부스티
· 여성 영웅들을 캔버스에 소환한 ‘여자 라파엘로’―엘리자베타 시라니
· 전문 화가의 길을 개척한 풍속화의 대가―유디트 레이스테르
· 18세기 유럽을 사로잡은 여인―앙겔리카 카우프만
· 여성의 공간과 세계를 그린 인상주의의 두 거장―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

2부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 운명은 만들어나가는 것―소포니스바 앙귀솔라
· 고정된 성 역할을 걷어차고 직업 화가로―라비니아 폰타나
· 성폭력 피해자에서 불세출의 여성 화가로―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350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온 정물화―클라라 페테르스
· 탐험 정신으로 빚어낸 과학과 미학의 결합―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 오직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로자 보뇌르
·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관찰―파울라 모더존 베커
· 거침없이 통념을 깨부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수잔 발라동
· 각성한 여자에게 보이는 것들―한나 회흐

3부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

· 렘브란트 그림보다 비싼 종이오리기 작품―요아나 쿠르턴
· 직물 디자인을 예술로 끌어올리다―안나 마리아 가스웨이트
· 세계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가 된 가난한 소녀―로즈 베르탱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집을 만든 여자―카린 라르손
· 녹색 정원의 작은 신―거트루드 지킬
남성 중심의 예술 문법에 질문을 던진 여성들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다

여성이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던 시절,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미술가들이 있었다.
프로페르치아 데 로시는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여성 조각가로서 그림과 시, 회화, 음악 등 다양한 공부를 했으나 특히 조각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여성은 있어도 조각을 하는 여성은 없었다. 조각은 거친 망치와 끌로 작업해야 하는 데다 육체적 힘이 요구되어 남성이 독점한 분야였고, 조각가가 되려면 남자 견습생으로 북적이는 작업장에서 수년간 훈련을 해야 했는데, 정조가 중요시된 시대에 여성에게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금지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여성이 참여할 수 있었던 예술 작업이라고는 공예, 태피스트리와 자수, 수채화 등이 전부였다. 데 로시는 과감하게 ‘금녀의 문’을 두드렸다. 조각 작업장에 들어갈 수도, 값비싼 대리석을 구할 수도 없었지만 버려진 과일 씨앗을 모아 그 위에 조각을 하며 독학으로 조각 기술을 연마했다. 그리고 마침내 산페트로니오 성당 파사드 조각 공모전에 입상하고,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라는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유디트 레이스테르는 스물네 살에 여성은 단 두 명만 가입할 수 있었던 권위 있는 화가 조합에 들어가 빼어난 걸작들을 남겼다. 특히 프란스 할스의 작품 중 수작으로 평가되던 〈즐거운 커플〉이 네덜란드 미술사학자에 의해 레이스테르 작품으로 판명되면서 한동안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가 하면 인상주의 회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명실공히 직업 화가로 자리매김한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도 있었다. 모리조는 인상주의 화가들로부터 ‘색채의 거장’으로 불리었으며, 카사트는 여성들을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존재로 묘사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걸작 뒤에는 견고한 남성 중심 예술 문법이 작동했다. 데 로시가 조각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