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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안녕, 우리들의 집
저자 김한울
출판사 보림출판사(주
출판일 2018-11-15
정가 15,000원
ISBN 97889433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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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사업으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동네에서 일어난 일
우리가 버리고 떠난 집과 마당의 꽃나무와 개와 고양이와 새들의 이야기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린 우리 이웃, 그들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

크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

책을 펼치면 비탈길을 따라 크고 작은 집이 올망졸망 늘어선 동네가 나옵니다. 옥상에서 빨래가 펄럭이고, 담장 너머로 꽃나무들이 배죽 고개를 내밉니다. 동네 어귀에는 자그마한 수퍼가 있고 오가는 이들이 다리쉼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의자와 평상이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퍼져 나올 듯 정겹고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텅 빈 여백 속에 집 모양으로 배열된 빽빽한 글자들이 눈길을 끕니다. 그 아래 떡 하니 자리 잡은 건 “재건축 이주 안내”라는 현수막입니다.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했던 “손때 묻은 정든 집”이 어느새 “귀찮고 초라한 집”이 되었고, 낡은 집을 모두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는 사연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모두 떠난 자리, 사람들이 끝이라고 여기는 순간에서 이 그림책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에 일어나는 일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구석구석 추억을 담은 집과 손때 묻은 가구, 고장 난 가전제품, 들고 가기 거추장스러운 화분, 마당의 꽃나무, 심지어 키우던 개마저 버리고 훌훌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살았던 건 사람들만은 아니었어요.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풀과 나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과 길고양이들이 있었지요. 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꽃은 피고, 나무는 푸르게 우거지고, 새들은 지저귀었습니다. 고양이들은 부서진 가구 더미를 뛰어넘으며 놀았고, 버림받은 개는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남은 생명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삶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그 시간이 영원할 수는 없었지요. 철거가 시작되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