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노닐다-이덕무와 그 친구들
이덕무는 서얼 출신으로 지독히 가난했습니다. 너무나 협소한 방에서 종일 방안에 앉아 햇빛 드는 자리로 옮겨가며 책을 읽을 정도로 궁핍했습니다. 누이를 잃은 슬픔이 사무칠 때에도 비가와도 등불을 밝히지 못하고 눈이 와도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밤에도 책을 덮고 글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가난했지만 이덕무의 옆에는 멋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백탑이 있는 대사동(현재 인사동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그는 비로소 평생지기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들을 사귀게 됩니다. 이들 중 이서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자 출신으로, 힘든 세월을 견디는 데 서로 의지가 되어 준 벗들입니다. 백탑 아랫동네에는 이들 외에도 서자 출신 문인들이 많이 모여 살거나 모이기도 했는데, 그들을 사람들은 ‘백탑파(白塔派’라 불렀습니다. 《책이 된 선비 이덕무》에서는 한 장면으로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쳤지만 이덕무의 긴 생애를 지켜보면 친구들과의 관계는 무척 중요합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생활 문제를 해명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학문으로 이제까지 내려오는 학문과 제도의 권위에 따르지 않고 현실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개혁하려 하였습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그러한 시대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 있는 현재 우리들은 먼저 혼란의 시기를 먼저 살아간 조상님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을 표현하는 간결한 글 · 다양한 방식의 그림
이덕무를 좋아해 이덕무의 모든 글을 모으고 읽고 쓰고 즐겼던 이상희 작가의 글은 간결 그 자체입니다. 마치 시처럼 운율이 살아있고 여운을 길게 줍니다.
조금 더 시대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글쓰기도 고민했지만, 짧지만 오히려 더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책이 된 선비 이덕무》의 제목 글씨는 김세현 화가님이 직접 쓴 글씨입니다. 이덕무 그림책을 기획했을 때부터 이미 김세현 화가님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덕무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