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열하일기 첫걸음 : 조선 최고의 고전을 만나는 법
저자 박수밀
출판사 (주돌베개
출판일 2020-06-15
정가 17,000원
ISBN 9788971994702
수량
서문

1 연암의 삶과 열하일기의 창작 배경
우리가 자랑할 만한 위대한 문장가 / 연암 문학의 힘, 불면증과 백탑 친구들 / 반성문을 거부하다 / 고추장을 직접 담그다 / 여행단의 구성 / 열하일기의 줄과 탁

2 그대 진리를 아는가? ― 『도강록』
왜 열하일기인가? / 후삼경자의 진실 / 경계의 자리에 서다 / 반성하는 인간, 평등한 눈

3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도강록』
열하 여정의 등장인물들 / 출국 심사 풍경 / 이용후생의 발견 / 통곡하기 좋은 장소, 요동 벌판

4 전쟁의 땅에서 맺은 만남과 우정의 서사 ― 『성경잡지』
병자호란과 심양의 비극 / 필담의 메커니즘 / 심양의 가게에서 / 기상새설 해프닝 / 호기심이 빚은 에피소드 / 참외 장수에게 사기를 당하다

5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일신수필』
정량의 한계에 갇힌 사람들 / 눈 한 번 깜박일 때 시간은 가고 / 구름 너머에서 달을 껴안고 잠들다 / 일류 선비의 정색(正色 / 똥이 장관이더라

6 인간의 의리와 문명을 비웃다 ― 『관내정사』
백이, 의리의 표상이 되다 / 백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 백이 숙채가 사람잡네 / 범, 인간의 잔인함을 꾸짖다 / 유리창에서 고독을 외치다

7 눈과 귀를 믿지 말고 명심하라 ― 『막북행정록』
이별하기 좋은 장소, 물가 / 열하 여정에서 생긴 일들 / 연암이 가장 사랑한 곳, 고북구 / 견마잡이와 습속의 위험함 / 눈과 귀를 믿지 말고 명심하라

8 조작된 효자, 만들어진 열녀 ― 『태학유관록』
조선의 아름다운 점 네 가지 / 정절 윤리의 허위성 / 조작된 이데올로기, 충효열의 윤리 / 전족의 유래와 사연 / 술을 좋아한 연암

9 판첸라마 소동기 ― 『태학유관록』, 『황교문답』, 『반선시말』, 『찰십륜포』, 『심세편』
심세와 문자옥 / 판첸라마 접견기 / 구리 불상 소동

10 관우는 왜 공자보다 인기를 얻었나? ― 『환연도중록』
오미자 몇 알의 교훈 / 관우가 공자보다 인기 있는 이
『열하일기』를 읽는 법

(1 『열하일기』는 기존의 중국이라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장소 체험이다.
우선 연암 박지원이 여행길에서 만난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감수성으로 대했는지 주목하자. 열하일기는 기본적으로 여행기다. 여행은 새로운 장소 체험이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배경이 아니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문화 관습이 담긴 실존의 장소다. 연암 당대의 중국은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잠시 그 나라를 차지한 청나라 오랑캐의 소굴이었다. ‘무찌르자 오랑캐’라는 말로 대표되는 조선 사대부의 북벌(北伐 이데올로기는 중국 사행 공간에서의 진정한 장소 체험을 가로막고 이미 주입된 고정관념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표준화된 장소 체험을 하게끔 했다.
그러나 연암은 중국이라는 공간을 거대한 문명 체험의 장소로 바라보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새로운 체험의 공간으로 생각했다. 이미 압록강을 건널 때 진리는 물과 강기슭의 경계에 있다는 진리론을 설파한 연암은 경계인의 시선으로 중국의 땅을 밟는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중심과 보편의 자리에서 벗어나 주변과 개별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2 작은 것을 다르게 보는 연암의 시선을 따라가자.
‘작은 것’을 다른 눈으로 보는 연암의 시선을 따라가며 『열하일기』 속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연암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버리는 ‘기와 조각’과 냄새나는 ‘똥거름’이 문명의 진수임을 발견했다. 퇴락한 절에 들러 무심코 오미자 몇 알을 먹으려다 주먹다짐까지 갈 뻔한 상황에서는 “천하의 지극히 미미하고 가벼운 물건이라고 해서 하찮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라는 교훈을 얻는다. 중국 정원 바닥에 냇가의 돌을 깔아 진창을 막은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는 버리는 물건이 없음을 알겠다”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황교문답서」에서는 “한 조각 돌멩이로도 천하의 대세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것, 평범한 것, 쓸모없는 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