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저만치 보이면 이제 외로움은 고독이 되고, 언어는 작은 질서에서 벗어나 큰 질서를 향하며, 정체성은 알을 깨는 분열을 거쳐 통합된다. 이걸 변화라 부르든 발전이라 부르든 성장이라 부르든 뭔 상관이겠는가. 중요한 건 그사이에 우리가 얻는 소중한 사랑의 가치다.
다시 사랑의 돌이 굴러 떨어진다고 해도 유니스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터벅터벅 저 세상으로 묵묵히 걸어 내려가, 비장하게 삶의 짐을 다시 짊어질 것이다._구효서(소설가
전화번호 하나 바꾼다고 엄마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 텐데
필리핀으로 유학 온 유니스의 눈에 비친 사회와 어른들의 모습
어린아이의 눈길은 정직하고 단순하다. 이 평범한 진리를 잃어버리고 어른들은 세상을 복잡하고, 불공평하고 모순투성이로 만든다. 가난한 엄마가 윤희(유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리핀에 유학 보내고 연락을 끊은 것처럼, 부족할 것 없는 한국인 데니슨 아줌마가 불안한 것처럼, 비굴해지지 않으면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라니처럼 어른들의 세상은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구조이다.
이 복잡한 구조를 어린아이의 감각과 자신의 생활고를 바탕으로 단순하게 간파하는 유니스! 치과 의사가 되기 위해 유학 온 사라인선 언니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느낌으로 데니슨 아줌마를 대하고, 무례한 라니네 가족을 이해하는 등 유니스는 주변 환경이나 평가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보고, 포용하고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졌다. 그뿐 아니라 영어에 혈안이 된 한국의 교육열, 개발도상국가의 노동자를 대하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간극 등 유니스가 보는 우리 사회는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사회에 순응하며 살다 보니 인지하지 못했던 나와 사회의 모습을 유니스는 객관적이고 생생하게 보여 주며, 자신이 어른이라면 행할 것 같은 건강한 책임감을 전파한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연약한 아이가 어른을 위로하고, 어른들의 불투명해진 시야를 맑게 해 주는 것 같다. 유니스처럼 자신의 눈길로 한 사람을 이해하고,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