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대상의 이면을 조명하는 그림책
좋은 그림책이 지니는 미덕은 여러 가지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통해 지식의 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예술 표현을 접하고, 슬프고 외로울 때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좋은 그림책과 교류하며 성장합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의 경계를 벗어나 예술성 높은 단독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 그림책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선사하는 가장 극적인 선물은 시각의 전환일 것입니다. <잠 못 드는 너에게>는 우리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치부하기 쉬운 두려움과 걱정의 이면을 슬그머니 조명합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커다란 물고기는 잠 못 드는 아이를 찾아와 아이와 함께 어디로든 헤엄쳐 갑니다. 신비롭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한 이불 터널과 고래 섬, 아기자기하고도 사랑스러운 그림자 숲과 놀이동산 등 아이가 낯선 공간과 존재를 만날 때 늘 그 곁에서 함께하는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 주지요. 두려움과 걱정을 물고기라는 하나의 캐릭터로 형상화한 작가 백미영은 아이와 물고기가 같이 여행하면서 목적지에 함께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걱정은 늘 함께 있는 것이며 걱정이 있기에 온전한 휴식이 있다고 역설해 냅니다.
그림책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침대맡에서 다채롭게 즐기는 꿈의 세상
백미영 작가의 첫 그림책 <잠 못 드는 너에게>의 모티프가 된 작품은 그의 원작 애니메이션 <달, 어디 있니?>입니다. 2017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화려한 움직임으로 부드러운 이불을 겹겹이 통과해야 하는 이불 터널, 고래 떼가 평화로이 잠들어 있는 고래 섬,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들이 뛰노는 그림자 숲 등 아이의 꿈속을 관통하는 다양한 장소와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또한 프랑스 뮤지션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몽환적인 배경음악(이 더해져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수작이지요. 그림책을 감상하고 난 뒤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