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로지르는 어름 삐리의 애달픈 줄타기
‘쾌지나 칭칭 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동네 어귀에서 꽹과리와 징, 북, 소고의 요란하고 흥겨운 소리가 들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듭니다. 남사당패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지요. 춤이 절로 나오는 풍물 소리에 광대들이 갖가지 재주를 부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신이 났어요. 그런데 어름 판에서 줄을 타게 될 어름 삐리는 그렇지 못해요. 몸이 많이 아프거든요. 어름 삐리는 남사당패 우두머리 꼭두쇠에게 다음부터 하면 안 되냐고 부탁하지만, 결국 줄을 타게 돼요. 그걸 지켜보는 덜미 인형들은 자기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어름 삐리를 가엾게 여기지요. 아픈 몸을 이끌고 높다란 줄 위에 선 어름 삐리는 줄을 무사히 탈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옛날 남사당놀이 어름판에서 어린 남자아이를 여자로 꾸며 줄을 타게 하고 인기를 얻었다는 데서 실마리를 얻어 만들었어요. 우리 전통 놀음인 남사당놀이의 신명 나는 장면 속에 아파도 줄을 탈 수밖에 없는 어름 삐리의 애달픈 이야기가 가슴 저릿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더불어 우리 전통 놀음인 남사당놀이와 놀이마다 등장하는 광대, 삐리, 덜미 인형을 그림 속에 잘 살려 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삐리의 삶이 녹아 있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남사당놀이는 조선 시대에 서민들이 사는 마을을 중심으로 열린 전통놀이예요. 남사당패는 주로 농번기에 마을마다 떠돌아다니며 놀이판을 펼쳤지요. 흥겨운 풍악과 입이 떡 벌어지는 갖가지 재주, 서민들에게 횡포를 일삼는 양반과 벼슬아치의 행태를 익살스럽게 꼬집는 연극 마당은 그 시절 곤궁하고 힘겹게 살아가던 서민들에게 큰 즐거움과 위로를 안겨 주었어요. 하지만 정작 남사당놀이를 하던 사람들은 천민 출신으로, 그렇다 할 대접을 받지 못했지요.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꼭 허락을 받아야 하고, 하루 넘게 마을에 머무를 수도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남사당패에서 가장 낮은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