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순간들이 빚어낸 멋진 한 해
누구나 그렇듯 엘리도 가족 안에서 상처 받고 또한 성장한다. 아빠가 실직하면서부터 집 안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지고, 엘리는 언니들이 누렸던 따뜻하고 온기 가득한 시간을 맛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아빠가 총알을 데려온 후, 온 가족이 함께 총알에게 밥을 주고 한마디씩 이야기를 나누면서 엘리는 가족의 그늑한 정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빠에게 총 쏘기를 배우고 같이 사냥도 나가면서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아빠의 사랑을 깨닫게 된 건 무엇보다 엘리 마음 가득히 충족감을 안겨 준다.
또한 동갑내기 남자애의 죽음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엘리를 위로하기 위해 아빠가 노래를 불러 주던 날, 전쟁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조 외삼촌을 보며 눈물 흘렸던 밤, 같은 동네 에펄리 할머니 덕분에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뭔지 실감했던 때……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은 엘리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엘리를 성장시킨 것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듯 소소한 순간과 사건들이다.
엘리가 일 년 동안 겪은 기쁨, 슬픔, 놀라움, 아쉬움, 두려움 등의 갖가지 감정들은 엘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 준다. 그 안에서 엘리는 가족의 의미, 전쟁의 비극, 죽음에의 직면, 늙는다는 것의 의미 등 세상의 일들을 어렴풋이 이해해 간다. 때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엘리를 울리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소중한 경험이 된다.
보고 듣고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들
열두 살 생일을 앞두고 엘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사냥개 ‘총알’ 때문에 아빠와 가까워졌던 가을,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때문에 가슴 졸였던 겨울, 단짝 친구랑 멋진 추억을 만든 봄, 아빠의 사고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여름…… 엘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고 멋진 한 해였다. 열한 살 나이에 느끼고 품을 수 있는 것들을 사계절 가득 경험한 엘리는 자라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