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같은 사회를 힘껏 살아가는
가장 사람다운 두 마리가 건네는 폭로와 위로
어느 날 야옹이와 흰둥이의 주인이 거액의 빚을 남긴 채 잠적한다. 남겨진 야옹이와 흰둥이를 찾아온 빚쟁이는 대신 빚을 갚으라며 협박하고 두 마리는 노동에 뛰어든다. 사람이 아닌 두 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판매, 배달, 청소, 건설 일용직 등 저임금 비정규직뿐. 그나마도 꾸준히 얻기 힘들거나 법으로 보장된 최저 임금마저 받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나 영민한 야옹이와 우직한 흰둥이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때로는 도움을 주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해나간다.
『야옹이와 흰둥이』는 2011년 연재 당시에도 노동 이슈를 실감나게 반영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작가는 시사 주간지 『한겨레 21』의 특집기사에서 소재를 얻었으며 자신과 지인들의 체험을 작품에 녹였다고 밝혔다. 사실과 체험을 소재로 한 만큼 만화 속에는 현실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피자 배달원 흰둥이가 30분 내로 배달하지 못해 대신 피자 값을 무는 장면은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30분 배달제’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행히 ‘30분 배달제’는 논란 끝에 곳곳에서 폐지되었다. 그러나 만화 속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점은 대부분 현재 진행중이다.
전 3권으로 이루어진 이 만화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노동자가 등장한다. 청소 아주머니, 잡부 할아버지, 판매원 언니를 비롯해 아르바이트 대학생까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 또는 나 자신이 연상되는 인물들이다. 나름의 사연을 지닌 그들은 늘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좀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만화는 직접 그 원인을 지목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자신과 주변을 떠올린 독자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삶이 고달픈 건 비단 불합리한 노동 환경과 미비한 사회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을 더욱 좌절시키는 건 무책임하고 무례한 타인의 언행과 냉소적인 시선이다. 야옹이를 절망에 빠뜨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