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며 6
프롤로그 낯선 나와 마주치는 서늘한 순간 10
1부 인간이라는 한계, 인간이라는 구원
사람은 어떻게 흑화하는가 21
아무도 미끼를 물지 않았다 29
악의 낙수(落水 효과 37
의심하라, ‘너를 위한다’는 속삭임을 45
시시한 인생, 인간마저 시시해지면 52
자신만의 기억을 위해 싸울 때 당신은 인간답다 60
지더라도 개기면 달라지는 것들 68
인간이란, 성냥개비로 지은 집 75
사랑은 우릴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이다 81
어디선가 아버지가 센서 등을 깜빡일 때 88
2부 어둠 속, 갑자기 불이 켜지면
애 늙은이와 늙은 애들의 세상 99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108
좀비 공정 115
그동안 당신은 어디 있었나 122
나의 디폴트 값은? 128
편견이라는 미세먼지 137
이 상상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146
제발 조용히 좀 해요 155
현실의 헌법에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163
3부 사람에 대한 예의
악이 승리하기 위한 필요조건 171
살던 대로 살기 싫어지는 순간 179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직업도 있는 것이다 188
하찮아지느니 불편해지려고 한다 196
배신해도 괜찮아 204
현실주의의 세 가지 원칙 211
싸가지 좀 없으면 안 되냐고, 싸가지 있게 말하는 220
작은 진실들이 깜빡거리는 캄캄한 밤에 229
4부 각자도생이라는 거짓말을 넘어서
우릴 소름끼치게 하는 것들 239
스스로 착취하라 말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 247
가위와 풀로 오려 붙인 ‘요제프 K’ 254
동선을 조사할 때 보이는 것들 264
국기에 대한 맹세가 싫은 이유 272
환멸이 가져오는 효과 280
모두가 행복한 ‘화양연화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288
멀쩡한 사람 웃음거리 만들어서 되겠느냐고요? 297
반응으로 본 나의 인생 이야기 305
정의는 늘 불완전하고 삐걱거리지만 313
에필로그 즐거운 모험 321
“인간의 비극은 스스로를 믿기 시작할 때부터 출발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믿음은 얼마나 위험할까?
뚜렷한 현실감, 깊은 성찰로 독자를 환기하는 책!
여기 여태껏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한 사람, 권석천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여행하며 만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지금껏 가져온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깨지는 경험을 보여준다. 현지 가이드와 소수민족 셰르파 앞에서, 스스로도 서늘해질 만큼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폭언하진 않지만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했고, 고마운 마음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애써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처럼 괜찮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경험을 돌아보며 그는 스스로 질문한다.
착한 갑질과 나쁜 갑질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지,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믿음은 얼마나 위험한지. 인간이란 어떤 관계에 들어가면 그 관계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까지. 다시 말해 ‘사람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쉽고 편의적으로 잊어왔는지를 깨닫는다.
“나는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가. 돈 몇 푼에 치사해지고, 팔은 안으로 굽고, 힘 있는 자에게 비굴한 얼굴이 되기 일쑤다.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욕망의 관성에 따라,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려 한다. 소심할 뿐인 성격을 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무책임함을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며, 무관심을 배려로, 간섭을 친절로 기만한다.”
남의 잘못은 중요하고 나의 허물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나를, 다른 이의 막말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웃자고 하는 소리”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나를, 무시(無時로 반칙하며 살면서도 세상엔 원칙의 청진기를 대는 나를 이제 되돌아보자고 권석천은 책 전반을 통해 제안한다.
“인간의 비극은 스스로를 믿기 시작할 때부터 출발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그는 자신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지금 여기, 자기 자신의 부끄러움과 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