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정원과 함께 보낸 글 작가는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정원의 열두 달을 펼쳐놓습니다. 열매의 풍요로움, 흙속의 비밀, 꽃들의 질서, 곤충과의 공생 등, 날이 가고 달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 색과 향기에 대해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노래하지요. 하지만 작가는 정원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씨앗을 뿌려 열매를 거두기까지 정원사의 바쁘고 고된 손길, 식물 각자의 시간을 좇아 기다리고 인내하는 마음, 인간의 이기심으로 점점 황폐해지는 정원과 그에 대한 대안도 함께 들려주지요.
한편 그림 작가는 가는 펜과 맑은 수채물감으로 글에 재치와 생기를 더합니다. 점 하나, 선 하나가 모두 살아있는 섬세한 그림 속에 작가는 곳곳에 ‘이스터에그’를 숨겨 놓고 독자를 재미난 숨바꼭질에 초대합니다. 그림책《월리를 찾아라》를 연상시키는 정원사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모아이 석상과 스머프, 산타클로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와 빨간 모자, 목신 판과 해신 포세이돈, 이카루스 같은 동화와 신화 속의 인물들을 찾는 재미는 물론이고, 새로운 서사를 상상할 여지를 열어 줍니다.
지구라는 커다란 정원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요. 정신없고 빠른 속도에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 이 책을 펼쳐 보세요. 잠깐 멈추어 우리의 근원이자 농원, 공원이자 낙원이었던 정원에서 삶의 한 조각을 찾아보세요. 그곳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는 수많은 땅의 생명들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