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유유자적한 것의 효용에 관하여
서문
제1장 왜 나는 성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가
안티페미니즘 선언
‘남자다움’의 부적
올바른 일본 아저씨의 길
성적 자유는 있을 수 있는가
성의식의 신화
‘여자가 말하는 것’의 트라우마
성차별은 어떻게 폐절되는가
왜 나는 전쟁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가
제2장 늙은 너구리는 전쟁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병
자유주의사관에 관해서
자학사관과 전후책임론
응답 책임과 수험생
애국심에 관해서
전쟁론의 구조
유사법제에 관해서
제3장 왜 나는 심문의 어법으로 말하지 않는가
정의와 자애
당위와 권능의 어법
라캉파라는 증후
‘알기 어렵게 쓰는 것’의 기쁨에 관해서
현대사상의 세인트버나드견
제4장 그러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망설임의 윤리학
‘모순矛盾’을 못 쓰는 대학생
사악함에 관해서
이야기에 관해서
월경 · 타자 · 언어
사랑과 심문
‘아이고’주의란 무엇인가
망설임의 윤리학
후기
해설 이런 사람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기다렸다
옮긴이의 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그의 원점
<망설임의 윤리학>은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중 한 명인 우치다 타츠루의 첫 책이다. 저자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담론 시장에는 희귀종이었던 같아서 책을 낸 후 갑작스럽게 “평론가”로서 이런저런 일의 의뢰를 받게 되었다’고 회고하는데, 주제 의식과 밀도 면에서 이 책은 21세기형 새로운 사상가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저서로서 현재까지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저자의 대표작이다.
책은 페미니즘/젠더론, 전쟁론/전후 책임론, 타자/이야기론이라는 세 가지 큰 테마로 구성되었다. 주로 비판의 표적이 된 것은 페미니스트와 포스트모더니스트이다. 저자는 그들을 겨냥한 이유에 대해서 ‘그들이 최대의 적이라서가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안에 페미니즘에 대한 깊은 공감을 느끼고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어법에서 나와 공통점이 있다고 느낀다. 그들에게는 나로부터의 이의 신청을 들어줄 대화적 지성이 겸비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하지만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일부러 발신’했다고 말한다.
여러 글들 속에는 우치다 타츠루의 이후의 저작들로 이어지는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이 엿보인다. 먼저
이 책의 글들은 우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준다. 자기 자신이 그 안에 편입되어 있는 사고와 경험 장치의 구조와 기능을 반성적으로 음미하는 일을 우리가 단적으로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우리가 생각하기 이전에 갖고 있는 편견과 독단과 환상을 먼저 돌아다볼 것을 권한다. 지성이란 ‘자신의 무지, 편견, 이데올로기성, 사악함 등을 계산에 넣고 현상을 생각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잣대로 해서 잴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오류를 전제하지 않고 세상일을 생각하는 자를 우치다 타츠루는 ‘바보’라고 불러도 좋다고 단언한다. 우치다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등을 호명하며 이 사상의 거장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떤 점에서 우리 사고의 한계에 대한 주의를 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