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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모든 책 위의 책 :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저자 고운기
출판사 현암사
출판일 2020-04-28
정가 16,000원
ISBN 978893232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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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모든 책 위의 책

1. 가슴에 품은 사랑
너는 똥, 나는 물고기 : 여시오어(汝屎吾魚
가진 것이 도리어 근심 : 득주지우(得珠之憂
인생은 나그넷길 : 노생일몽(勞生一夢
메뉴 밖의 음식 : 수순중생(隨順衆生
배꼽 밑의 붉은 점 : 제하오적(臍下汚赤
꿈의 목적지 : 일념갈성(一念竭誠
우리나라 최초의 스트리퍼 : 탈의나주(脫衣裸走
전설로 남을 대나무 : 풍정파평(風定波平
매는 왜 꿩을 잡지 않았을까 : 응불확치(鷹不攫雉
가슴에 품은 꽃 같은 사랑 : 출화변녀(出花變女

2. 껍질을 깨고
앞만 지킬 줄 아니 뒤를 치라 : 수전망후(守前忘後
진정 두려워할 일 : 중구삭금(衆口?金
무기여 잘 있거라 : 장무곡중(藏?谷中
만파식적과 가미카제 : 한우우청(旱雨雨晴
기대는 둥근 달, 현실은 초승달 : 미만점영(未滿漸盈
풍등을 띄운 마음 : 획리섭래(獲利涉來
스님의 기우제 : 화상기우(和尙祈雨
대식가 김춘추의 먹성 : 삼두구수(三斗九首
내부 분열의 비극 : 견수불하(堅守不下
껍질을 깨고 허물을 벗고 : 파각이출(破殼而出

3. 하나가 만 배를 얻는다
남자가 걱정 : 이합유수(離合有數
아들이 죽어 아비가 울다 : 자사부읍(子死父泣
관음보살 같은 사회안전망 : 삼읍삼고(三泣三告
어떤 금수저의 고백 : 방외지지(方外之志
생명, 경외 그리고 살생 : 경주기속(驚?棄俗
베이비 박스와 돌 종 : 굴지득종(堀地得鍾
하나를 베풀어 만 배를 얻다 : 시일득만(施一得萬
동물 학대인가 보호인가 : 괴정일몽(槐庭一夢
바위를 굴려 얻은 아이 : 전석득아(轉石得兒
하룻밤에 성을 쌓고 웃는다 : 일야작교(一夜作橋

4. 정 깊은 세계
허벅지 살 이야기 : 할고공친(割股供親
말구유와 사라수 : 부의괘수(夫衣掛樹
에밀레종의 가짜 뉴스 : 봉복극성(奉福克成
황금돼지의 해 유감 : 기신백사(忌愼百事
철쭉부인 바람났네 : 절화헌지(折花獻之
상상과 모험의 즐거운 세계 : 출해헌지(出海獻之
거북아, 수수께끼 좀 풀어다오 :
오늘날의 바이러스, 그 옛날의 괴질
신라 승려 혜통(惠通이 중국 체류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귀국한 데는 사정이 있었다. 당나라 황실의 공주에게 난 병을 고쳐주었는데, 병의 원인은 괴질로, 몸 안에 있다가 혜통에게 쫓겨 나와 이무기로 변했다. 공주는 거뜬히 나았으나 이 이무기가 신라로 도망쳐, 경주에서 사람을 해치며 지독하게 굴었다. 혜통을 원망해 복수하는 것이었다. 이때 혜통의 친구 정공(鄭恭이 당나라에 와서 이 일을 알려주어 혜통은 급히 짐을 싸 신라로 돌아와 이무기로 변한 괴질을 쫓아냈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일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괴질은 다시 버드나무로 변하여 정공의 집 앞에서 자라는데, 마침 왕이 죽어 그 장례 행렬이 집 앞을 지나야 하는데 길을 막아 관리가 베어내려 하자, 정공은 “차라리 내 목을 벨지언정 이 나무를 자르지 못한다.”라고 대들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실 정공의 이런 해괴한 행동은 버드나무에 숨어든 괴질이 부리는 조화였다. 화가 난 새 왕은 정공을 죽이고 그 집마저 묻어버렸다.
여기 나오는 괴질이 오늘날로 치면 전염병이다. 이무기나 버드나무로 몸을 바꾸는 것은 괴질의 여러 현상을 나타낸 것이며,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신라의 경주까지 퍼진 병에 관한 기록이 여기서 이무기가 되어 달아났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안이라면 지금의 서안이다. 서안에서 경주까지 이 천문학적 거리를 전염병은 거침없이 달려왔다.
괴질은 흉악한 형태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 처음에는 이무기로, 나중에는 곰으로 나타나 사람을 해쳤다. 그런데 버드나무는 기상천외하다. 정공이 ‘최애’하는 푸르디푸른 나무가 실은 괴질이라니! 괴질은 흉측한 방법만으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버드나무처럼 여리게 정공의 정신을 홀리고, 제 목이 달아날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지껄이게 한다. 정녕코 병은 이렇게도 나타난다.
사태는 점점 꼬여갔다. 막상 정공을 처단했지만 그와 절친한 혜통의 신통력을 두려워한 왕은 ‘꺼림칙한 일이 있을 것’이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