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에게는 빨간 망토로,
고물상 할아버지에게는 빨간 허리띠로……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든 장난감이자,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주방에 걸린 갖가지 조리 도구부터 방에 있는 물건들까지. 어느 때는 말벗이 되고, 어느 때는 나에게 특별한 힘을 주기도 하지요. 《빨간 보자기》에서 노아에게는 보자기가 그런 물건이었을지도 몰라요. 실컷 가지고 놀다 보니 그만 커다란 구멍이 났겠지요. 속이 무척 상했을 거예요. 당장 내다 버리고 싶을 만큼이요.
“너를 버릴 거야. 구멍 난 보자기는 쓸모가 없거든.”
보자기를 쓰레기통에 휙 던지는 노아. 그런데 빨간 보자기가 껑충 뛰어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자기는 쓸모가 많다면서요. 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보자기에게 재차 “넌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어!”라고 했지요. 둘이 실랑이를 하는데 동네에서 가장 사나운 개가 노아에게 달려들었어요. 깜짝 놀라서 달아나는 노아에게 빨간 보자기가 훨훨 날아가 망토가 되어 주었어요. 노아는 망토를 펄럭이며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지붕 위로 사뿐 날아올랐지요.
멀리 고물상 할아버지가 종이를 가득 싣고 끙끙 지나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의 헐렁한 바지가 엉덩이까지 내려와 있었지요. 빨간 보자기는 훨훨 날아가 단단한 허리띠가 되어 주었어요. 고물상 할아버지는 멋쟁이 신사가 되었답니다.
빨간 보자기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날아갔어요. 자동차 밑에 들어가 잠이 든 고양이에게는 포근한 이불이 되어 주었고, 거센 바람이 불어 뒤뚱뒤뚱 부러질 듯 흔들리는 모과나무에게 날아가 전봇대에 꽁꽁 붙들어 매었지요.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지붕 위에 있었던 노아는 빨간 보자기가 한 일을 모두 보았어요. 그리고 마음을 다해 큰 소리로 외쳤지요.
“빨간 보자기야! 정말정말 미안해. 넌 아주아주 쓸모가 많아.”
조금 모자라고 흠이 있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김용삼 작가는 동시를 짓듯 정감 어린 동네의 풍경을 따뜻한 글로 표현했어요. 세상 구석구석 낮은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 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