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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듣기의 윤리 :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저자 김애령
출판사 봄날의박씨
출판일 2020-04-20
정가 18,000원
ISBN 979119035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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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부. ‘너도 말하라’ - 말하는 주체

1장.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1.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오뒷세우스의 노래”
목소리(phone와 말(logos 사이의 간극

2. 말하는 주체
활동적 삶(vita activa의 인간적 조건
노동, 작업, 행위
행위와 언어의 장소: 사람들 사이(in-between
사멸하는 인간의 불멸하는 이야기

3. 말할 수 있는 자격
언어의 공공성과 말 없는 경험
수행적 발화와 참여의 경계
내부의 ‘무국적자’
말할 수 있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

2장. 서사 정체성

1. 삶과 이야기의 관계
“삶은 이야기다”
행동의 묘사, 미메시스(mimesis
텍스트의 전후: 세 층위의 미메시스
텍스트 형상화 이전(以前: 경험세계의 이야기적 특징
형상화 이후(以後: 이야기 읽기

2. 서사 정체성
실존의 조건: 시간의 아포리아(aporia
시간의 자리, 현재
서사 정체성
말하기의 에토스

3. 윤리적 주체화
서사 정체성의 윤리적 의미
‘좋은 삶’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살기’라는 조건

2부. ‘그림자를 드리운 말’ - 듣기의 윤리

1장. 전달 (불가능성

1. 말할 수 없는 경험
폭력의 재현 불가능성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는 책무와 불안
문채(figure와 실증성
레비의 절망

2. 낯선 언어
언어 난민
“언어는 남는다”
“나는 단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단절과 문화적 소외
낯선 모국어, 그리고 약속으로서의 말하기

[보론] 번역에 대하여
번역자의 과제
벤야민의 ‘번역’ 개념
순수언어와 타락
바벨신화와 번역
번역 가능성

2장. 다른 목소리 듣기

1. 서발턴의 말하기
서발턴 역사 쓰기: “이야기하도록 허용하기”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인식소적 폭력 아래에서, “서발턴은 말할 수 없다”

2. 서발턴 여성의 말
『듣기의 윤리: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 『듣기의 윤리』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라는 문제에 관한 철학적인 논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책을 일종의 ‘자전적’인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계신데요.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 선생님의 삶의 궤적과 책의 내용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의 박사논문 주제는 은유와 이야기, 그리고 해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데리다나 리쾨르 같은 많은 철학자들, 서사 정체성, 텍스트와 해석에 관한 철학적 이론들이 담긴 논문을 들고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성매매집결지와 그 안에서 살아온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추상적 철학이론으로 다루었던 문제의식들이 구체적인 삶과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과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언어를, 이야기를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 삶을 의미화하고 사회적 주체로 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이 책에 담긴 긴 철학적 도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일과 학계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오랫동안 내게는 두 세계처럼 서로 떨어져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만남을 학술적 논문과 연결하지 않았고(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철학 논문은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직접’ 다루지 않았으니까요. 전혀 다른, 서로 간섭하지 않는 두 영역을 오가는 것 같았던, 그래서 자유롭기도 했고 무책임하기도 했던,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영역이 서서히 만나고 교차하면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이 걸어온 길입니다. 철학 연구는 잠정적이더라도 어떤 ‘결론’으로 매듭지어져야 하지만,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민은 늘 그 매듭이 불충분하다고,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떠밀었습니다. 계속 새로운 물음으로 연결되는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