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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양장
저자 김영민
출판사 (주글항아리
출판일 2020-05-01
정가 32,000원
ISBN 9788967357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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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기지촌의 지식인: 탈식민성과 글쓰기

1. 논문중심주의와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2. 원전중심주의와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3. 기지촌의 지식인들-탈식민성과 우리 학문의 자생성
기지촌 가는 길 | 건축·사 혹은 건·축사 | 기지촌의 학문과 인용 I | 마이신과 허위의식 | 제도, 학문성, 선생 | 기지촌의 학문과 인용 II | 보건증·식민증·학위증 | 식민지의 지식인들, 혹은 대리전의 경비견들 | 기지촌의 언어 | 기지촌을 떠나며
4. 집짓기, 글쓰기, 마음쓰기-탈식민성의 걸음걸음
5. 글쓰기, 복잡성, 일리-『하얀 전쟁』과 『이방인』
글쓰기와 상상력 | 구체와 추상, 혹은 ‘붙어 있음’과 ‘떼어냄’ | 『이방인』과 『하얀 전쟁』 | 단순함과 복잡함: 글쓰기와 ‘복잡성의 철학’ | 일리의 해석학을 향하여
6. 복잡성과 잡된 글쓰기-글쓰기의 골과 마루
삶의 복잡성, 그 전후좌우와 안팎, 켜켜와 층층과 면면을 일일이 어루만져주는 글쓰기 | 개성적 글쓰기 | 구체성의 글쓰기 | 글쓰기의 임상성 | 글쓰기의 골과 마루
7. 복잡성, 콘텍스트, 글쓰기
삶의 모습에 알맞은 글쓰기 | 복잡성과 친숙성 | 복잡성, 콘텍스트성 그리고 단순화의 병증 | 잡된 글쓰기와 우리 인문학의 미래
8. 콘텍스트의 해석학
인문학의 글쓰기: 원리와 사례의 피드백 | 갈릴레오의 성공 | 아아, 우리의 심청이 | 무릎과 무릎 사이 | 인감됨의 콘텍스트·콘텍스트의 인간됨

2부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9. 부재를 찾아 떠나는 무늬-글쓰기로서의 문학과 탈자본제적 삶의 씨앗
글쓰기, 부재를 향한 무늬 | 글쓰기의 주술,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 글쓰기로, 손가락으로, 탈자본주의의 씨앗으로 | 소설의 지혜 | 검은 고목, 저만치 있는
10. 수난과 열정의 뫼비우스-김승희의 글쓰기
글쓰기의 밀교, 원초경으로의 야합 | 자살미수의 한계에서 부활미수의 조건으로, 정신의 질긴 힘으로써 혹은 피로써 | 절박한 순정에서 정신의 질긴 힘으
삶을 위한 앎과 삶을 깔아뭉개고 있는 앎: 복잡성의 글쓰기를 지향하며

우리의 앎과 글쓰기의 바탕엔 교육이 있다. 하지만 경험해서 알듯이, 학교 교육은 시험을 치르는 데 집중되고, 시험을 잘 치르려면 잡색의 현실을 외면한 채 단색의 교과서에만 코를 박고 있어야 한다. 삶을 위한 앎이어야 할 텐데, 묘한 구조를 타고 있는 앎이 힘을 얻어 오히려 삶을 깔아뭉개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공부하는 이들이 무엇에 집중하는가 그 양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제 나라 말로 변변한 논쟁을 이끌 훈련도 안 돼 있으면서 논문을 쓰고, 한글로 편지 한 장 쓰길 변비 난 놈 인상 쓰듯 하면서 ‘팝스 잉글리시’니 뭐니 꼭두새벽부터 법석을 떠는 것이나, 귀가하면 한 치 빗나감이 없는 봉건적 가부장이 집을 나서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입에 거품 물고 이야기하며, 달동네 철거한답시고 깡패 동원해서 대책 없이 폭력만 휘두르게 한 인간들이 채 반도 분양 안 될 게 뻔한 아파트 짓느라 날이면 날마다 ‘혼을 담은 시공’으로 난개발을 일삼고 있는 것이나 다 마찬가지다.
저자는 말한다. “단언하건대 줏대를 세우기 전에는 세계화란 어불성설일 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세계화란 집을 나선다는 뜻인데, 집을 나서는 놈이 제 자신부터 명확히 해두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남을 만나서 제 집의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세계에 위협을 가하는 차이들이나 예상치 못한 복잡성 앞에서 쉽사리 당황하고 잘게 곱씹은 흔적 없는 반응을 내비쳐 미성숙을 부지불식간에 노출한다. 이 미성숙한 반응이 역사의 참학한 살상들을 낳았다는 것은 우리가 목격해온 바 그대로다.
삶은 원천적으로 복잡하고 애매하다. 이 두 가지를 참아나가는 성숙의 여명은 바로 인문학의 보상이다. 우리가 겪는 사태들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면 삶을 몇 문장으로 쌈박하게 정리하려는 욕심은 접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복잡성의 성격과 그 구조를 간파한 글은 대체로 길고, 잡된 글쓰기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