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신화, 우조, 그리스풍 연애……
그리스의 알파와 오메가
엘레프시나 탐험 중에 내가 사용한 그리스어 동사는 웬일인지 내내 후진하듯 모두 과거 시제에 고착됐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서 운전사에게 물었다. “신성한 길로 엘레프시나 갔지요?” 그는 다소 신중하게 고개를 비스듬히 아래로 기울이며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나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내가 앞서 의심했듯이 『블루 가이드』의 글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테네 교외에는 폐타이어가 쌓인 넓은 야적장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이건 클리블랜드나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탄 버스는 한 교회당을 지나쳤는데 난 이것이 다프니의 수도원인 줄 알고─버스 안에서 연신 성호를 긋는 그리스인들을 보고─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운전사는 나를 아리송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걸어갔어요”라고 나는 설명했다. 그는 씩 웃었다. 그래, 나는 걸어갔다. 한 시간 남짓 걸어가니 다프니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 pp.129~130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지혜의 신 아테나에 빙의했으며, 그리스어에 대한 애정으로 재직 중에도 뉴욕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컬럼비아대학교 기초 그리스어 수업, 테살로니키 국제 어학원 등을 이수한 준비된 모험가. 이 말인즉, 저자는 완벽하지 않은 그리스어를 자랑한다. 그리스비극의 인물들처럼 필시 실수를 부르는 결핍을 바탕으로 저자는 이국땅에서 낯선 언어와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을 마주해나간다. 다만 저자는 비극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실수와 오해를 겪으며 그리스어를 몸으로 깨치고, 직업 정신을 버리지 못한 채 그리스어와 영어의 상관성을 탐구하고, 고대의 폐허에서 자신의 일상을 신화에 빗대어보고, 즉흥적인 만남들 속에서 노년에도 짜릿한 가능성이 꺼지지 않음을 확인하고, ‘아프로디테의 욕장’에 알몸으로 뛰어들어 자신이 개발한 ‘파노라마식’ 영법을 마음껏 구사하는,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여행. 거기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축약한 듯이 실수와 반성을 통한 성장과 향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