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같이 사는 세상인데, 남들 생각에도 좀 맞춰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다들 불편해하잖아.”
“나만 어떻게 애들하고 다르게 행동해. 그러면 나도 따돌릴 텐데.”
“넌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너만 사라져 주면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과 그 편협함을 그대로 닮아 가는
아이들이 빚은 비극을 생생하게 담아낸 오늘날의 우화!
보수적인 시골 마을을 뒤집어 놓은 ‘조금 다른’ 가족
고라니가 외지에서 만난 흰염소 아내와 결혼하여 고향에 정착하자,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도시에서는 다른 종족끼리 결혼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이따금 풍문으로 들려오기는 했지만, 이 마을에서는 그런 일이 처음이었거든요. 마을 동물들 모두가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며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토끼 부부가 든든하게 곁을 지켜 주어 고라니 부부는 지금껏 이 마을을 뜨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부부가 길에서 주은 딸 꽃슴이와 토끼 부부의 아들 토돌이도 사이좋은 친구로 잘 지내 왔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꽃슴이가 시름시름 아픕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토돌이가 앞장서서 꽃슴이를 따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토돌이는 엄마 아빠의 추궁을 받자, 꽃슴이랑 친하게 지내면 자기도 같이 따돌림 당할까 봐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골목대장 멧돌이와 그 패거리들이 ‘다른 종족끼리 결혼한 콩가루 집안’이라며 빈정대는 분위기가 교실 전체를 사로잡아 버린 탓이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나만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느냐는 것이 토돌이의 항변입니다. 고라니 부부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꽃슴이는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며 묵묵히 학교에 다닙니다.
토끼 내외의 어긋난 자식 사랑
그동안 토끼는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다른 종족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라니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 왔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모두 등을 돌려도 줄곧 고라니 가족과 함께했지요. 그러나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