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5
우체부 슈발 14
타임캡슐 22
할버슈타트의 존 케이지 28
관심 경제 38
식탁에 오르는 것들 44
천 년의 난제 50
만료일 58
휴식과 게으름 66
참을성 72
죽음이라는 해결 과제 80
만남 86
주어진 것 94
스프레자투라 102
지구라는 우주선 108
블랙 스완 116
영원 122
피치 드롭 실험 130
지속 가능성 138
천 년이 하루 144
벚꽃 150
서두름의 시대 158
눈 위의 흔적 166
남아 있는 가치 172
얼음 호수 위의 행렬 180
백과사전 188
소리 내는 악기 196
집, 아파트, 동굴 204
미완성 212
참고 문헌 220
도판 출처 240
세상의 모든 시간 속에서, 느리게 사는 지혜를 찾다
문화사학자로서 예술과 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토마스 기르스트는 현대 문화와 동시대 미술에 대해 다양한 글을 써 왔다. 문화사를 꿰뚫는 그의 시선은 마침내 시간을 향해 가 닿았다. “모든 가치 있는 일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밥 딜런의 말처럼, 오래 이어질 만한 가치는 반드시 시간의 빚을 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그는 사색과 느림, 혹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들의 가치를 찾아 나섰다.
앤디 워홀이 만든 600여 개의 타임캡슐인 ‘TC 시리즈’, 639년 동안 공연되는 존 케이지의 오르간 연주 「ASLSP」, 마르셀 뒤샹이 20년에 걸쳐 비밀스럽게 만든 생애 마지막 작품 〈에탕 도네〉, 수천 페이지로 쓰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자의 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술과 음악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 환경, 식문화 등을 아우르며 느림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작은 시골 우체부가 33년간 돌멩이를 주워 만든 성, 14~19세기의 조리법으로 저녁 식사 코스를 선보이는 요리사, 약 10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역청을 관찰하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과학 실험’, 수백 년간 풀리지 않았던 수학적 난제를 풀기 위해 고심해 온 수학자들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특별한 존재들은 말 그대로 ‘시간의 힘’을 보여 준다. 긴 시간을 할애하는 마음, 끈기와 절제를 요하는 오랜 노력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축적되고 계승된다. 시간의 흐름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그 영원의 리듬에 발맞추어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숙함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저마다의 시간을 쌓아 가는 일
그리하여 저자는 온갖 지름길과 속성 코스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감히 둘러가는 길을 권한다. 그는 사람들이 ‘뜻밖의 즐거움’ 또는 ‘행운’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 가까운 우연을 찾아가기를 희망한다. 특히 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