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무명씨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아카이브 작업자의 손길
무엇이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스날 도서관에는 18세기 각종 형사사건과 관련한 대량의 문서가 보관되어 있다. 일명 바스티유 아카이브. 처음에는 축축한 지하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새어 들어온 빗물에 손상된 뒤에야 귀중 자료로 분류되었다. 바스티유에 수감된 죄수들의 심문 기록과 재판 기록, 각종 고발장, 18세기 경찰이 벽에서 뜯어낸 불법 벽보들이 이곳에 뒤죽박죽 섞여 있다.
아카이브는 역사가 집필된 곳이 아니라 사소한 것과 비장한 것이 똑같은 어조로 펼쳐지는 곳이다. 그리고 아카이브를 선호하는 연구자가 주목하는 곳은 평범한 등장인물의 평범한 삶이다.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은 18세기 바스티유 아카이브에는, 당시 민중들이 공권력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기록되지 않았을 잡다한 이야기가 쌓여 있다. 길거리의 삶들, 소문들, 각종 난투극, 일반 민중들의 행동과 의견 등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들이 아카이브 속에서 원석처럼 발굴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빛을 보려면, 그 속에 담긴 것들을 질문의 형태로 바꾸어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역사가들의 수집과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관한 두드러진 예시가 당대 여성의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주목하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80년대 이후 역사학이 사적 영역에 주목하게 되면서 그동안 누락되어 있던 여성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나, 기존의 역사적 지식에 부록을 추가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카이브를 들여다보면 ‘풍속화’를 넘어서서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 형상’의 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카이브 작업자는 여성이 어떤 상태에 처해 있었는지, 당대에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어떠했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여성이 남성적 세계에 어떻게 가담하는지, 어떻게 온전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지 감지할 수 있다. 여성이 보이지 않았던 곳, 역사가 여성을 보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