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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욕망의 섬, 비통의 언어 : 김동현 비평집
저자 김동현
출판사 한그루
출판일 2019-02-04
정가 20,000원
ISBN 978899447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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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제주’, 환상을 겨누다
박제된 기억과 순수의 정치학_국가는 제주 4·3을 어떻게 부르는가 14
해녀는 어떻게 말해지는가 27
1964년 작 영화 〈해녀〉가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감추고 있는 것 47
‘재일제주인’들은 어떻게 불려졌는가 79
표준어의 폭력과 지역어의 저항 112

2부 지역,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다
야만과 광기, 악의 일상을 견디기 위한 지역의 응전_제주 4·3항쟁과 문학 138
‘예외지대’의 탄생과 식민성의 이식 157
변방의 상상과 전복의 가능성_‘지역’을 사유하는 또 다른 방법 169
서울의 정치가 아닌 지역의 정치를 위해 197
‘문화’의 귀환과 ‘문화-정치’의 복원 210
문화 이주에서 문화적 삶으로 218
장소와 기억의 고고학_원도심이라는 문학 235

3부 지역의 언어와 지역의 상상
변방의 시선으로 건져 올린 찬란한 일상_김수열, 《물에서 온 편지》 260
망각에 저항하는 말들의 귀환_고시홍의 《물음표의 사슬》이 묻고 있는 것 277
사월을 산다는 것이 아닌 한다는 것의 의미_제주 4·3 69주기 추념 시집 《사월 어깨너머 푸른 저녁》 286
슬픔의 뿌리가 피워 올린 짙은 서정의 비명_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294
작지만 큰 문학, 세계를 품다_김동윤, 《작은 섬 큰 문학》 302
풍경의 발견과 서정의 확대_김영란, 《꽃들의 수사》 307
목소리(들의 귀환_김수열, 허영선, 장일홍의 시와 소설들 318
슬픔도 백 년 동안_故 문충성 시인을 기리며 326
고향으로 돌아온 ‘재일’ 2세의 삶_김창생,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334
슬픔으로 벼린 환한 칼날_메도루마 ?, 곽형덕 역, 《어군기》 340
불가능의 가능성과 공감의 서사_김연수, 《원더보이》 345
종횡무진의 ‘식도락’, 삶을 노래하다_강우식, 《꽁치》 362
어둠으로 말하는 작가, 정영창 372
골방의 예술에서 길 위의 예술로 378
저항의 섬 제주에서 밝힌 촛불 383
일본 도쿄 제주 4·3
[서문]

내 글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짱돌’이었으면 했다. 벽은 높고 단단했다. 내가 던지는 ‘글’은 벽을 넘지 못했다. 아예 벽에 닿지도 않을 때가 많았다. 9회 말 패전처리 투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승부가 결정 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심정이었다. 힘없는 문장은 무기력했고 나는 자주 절망했다. 하지만 공을 놓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 손에 쥐어진 문장을 오랜 시간, 더 단단히, 뭉쳐야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 책에 묶인 글들은 제주로 돌아온 지난 4년 동안, 내가 던진 ‘문장’들이다. 몸을 던진 날들이 적어 부끄럽다.

제주에 와서 나는 두 개의 환(幻과 대면했다. 제주의 바깥이 만들어 놓은 환(幻, 그리고 제주가 스스로 만든 환(幻. 여기 실린 글들은 그 환(幻과 대결한 기록들이다. 외부의 환(幻보다 내부의 환(幻과 다투는 일이 더 버거웠다. 환멸(幻滅의 감상(感傷이 아니라 환(幻을 멸(滅하는 마음이었다. 많은 글들을 싸우듯이 썼다.

제주는 섬이다. 그게 섬사람들의 ‘삶의 조건’이다. 흔히 뭍의 시선과 섬의 그것과의 차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점의 분할이 아니라 선과 면의 접합이기 때문이다. 제주를 바라보는 내부식민지적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실은 오랫동안 외부의 차별적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한 ‘만들어진 전통’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적 욕망도 결합되어 있다.

비자림로를 확장한다면서 삼나무를 베어냈다. 수령 30-40년은 족히 넘는 나무들이었다. 5분 빨리 가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수백 그루의 나무들을 잘라냈다. 드론으로 촬영한 비자림로의 벌목 현장 사진이 한동안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시민들이 비자림로에 모였다. 바느질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트럭을 동원해 경적을 울리며 그들의 모임을 방해했다. 마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을 ‘외부인’들이 방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