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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나를 엿보다 : 정재곤의 정신분석학 에세이
저자 정재곤
출판사 궁리출판
출판일 2020-03-17
정가 15,000원
ISBN 9788958206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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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1부. 가족의 이름으로
- 엄마 배 속
- 집안의 내력
- 나도 아이를 낳고 싶다
- 사춘기
- 아이의 도벽
- 팥쥐엄마
- 기러기아빠
-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 대물림
- 불편한 진실

2부. 삶의 현장
- 전조
- 내 머리는 셌는가?
- 욕
- 직업병
- 인간의 이중성
- 정신적 교류
- 모순어법
- 가짜웃음
- 번아웃
- 연속극 보는 남자

3부. 다문화심리학
-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차이 1
- 차이 2
- 문화적 차이
- 다문화 경영
- 처녀 시절 장례식
- 외국어 유감
- 레의 복합도형

4부. 이론과 실제
- 은유
- 매슬로의 피라미드
- 경고문
- 페티시즘
- 연상의 여인
- 바바리맨
- 자기애적 성격장애
- 경로의존
- 가족 소설

5부. 세상의 변경에서 나를 마주치다
- 더블 바인드
- 단추 검사
- 구강기
- 항문기적 성격
- 동성애
- 꿈 이야기
- 이름을 찾아서
얼마 전 카페에서 엿듣게 된 한 젊은 여성의 말이다. 그녀는 또래의 다른 젊은 여성친구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내가 돈 때문에 그 남자와 결혼한다고? 천만에, 그 남자가 얼마나 진국인데……” 아마도 문제의 여성은 결혼하기로 작정한 남성을 돈 때문이 아니라 그 남성의 뛰어난 품성이나 인품 때문에 선택했음을 말하고 싶어 한 듯하다. 하지만 단련된 귀를 가진 필자에게는 그녀가 돈 때문에 그 남성을 선택했다는 말로 들린다. 그녀가 자아의 방어기제 중 하나로 꼽히는 ‘부인(否認, negation’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는 돈 때문에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의식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도저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까닭에(“천만에” 이와 같은 절충의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즉 이 여성은 이 말을 하는 순간 ‘자아’가 둘로 쪼개져 서로 갈등을 벌이는 중이다. 속된 표현으로 “내 마음, 나도 몰라”의 상황인 것이다.
사르트르라면 ‘자기기만’이라 불렀을 이 같은 상황은 무의식의 차원에서는 기만으로 포장되기에 앞서 뿌리 깊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정신세계가 빙산이라면 의식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고 그 밑에 숨은 무의식이야말로 빙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의 진정한 ‘자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아의 방어기제가 어디 부인뿐일까? 억압과 억제, 검열, 자기 합리화, 동일화, 투사, 승화, 전위……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차고 넘치지 않은가? - 본문 중에서


나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해, 우리 사회를 바로 보기 위해,
짧은 순간이나마 매일 한 차례라도,
타자의 눈, 바깥의 시선으로, 나를 엿볼 수 있기를!

저자 정재곤은 서울대학교에서 프랑스 현대문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에 대한 정신분석비평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만큼이나 정신분석학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