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못 찾겠다 꼬리
들꽃
호박꽃
별들이 전학 갔다
소나기 피하는 순서
바보
내 바지에 붙은 도깨비바늘에게
형이 된다는 것
콩밭학교
옥수수학교
냉장고
쳇바퀴
못 찾겠다 꼬리
풋사랑
말 발자국
식탁 의자
안경
김밥
포인터
꽁치 통조림
아름다운 탈출
재개발지구
푸른 꿈
2부 나비가 밥이 되는 순간
시계바늘
기러기
비둘기 관찰 일기
꿀벌네 집
연필심 파일
눈사람
나비가 밥이 되는 순간
함박눈
꽃샘바람
소금쟁이
꽃
두더지
변신
1
소라게
그 사람
비밀 바이러스
지하철
골목길 지킴이
텔레비전이 어른
별과 달
물수제비
3부 인공지능 로봇
쓰레기꽃
고마운 도둑
두더지 잡기
봄비
게
콩 타작
잘못된 만남
달걀
야옹이 생각
아까시나무
호수
꽃병
가방
벚꽃방송국
인공지능 로봇
쓰레기
외출하는 우산에게
선풍기
느림보 택배
졸음
거미네 집들이
네잎클로버
발자국
분수
호미
슬기로운 쌀
4부 지렁이 장례식
구멍
벚꽃
쇠똥구리 셰프
난초꽃
고드름
미세먼지
비상시 행동 요령
택배
징검돌
겨울나무
치매
나무의 일기장은 동그랗다
안전제일
책
철학이 말했다
도토리나무 생각
동시에게 물었다
군밤
불면증
콩나물학교 교훈
지렁이 장례식
시의 씨앗을 심다.
개성적인 동시를 선보여 온 박승우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하여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부끄러움을 비판하였다. 이번 시집에도 그 영향 아래 놓인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이전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더 간결해졌고 의미적인 면에서 더 단단해졌다. 시인은 이를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첫’ 이라 말하며 시를 쓰는 본래의 의미, 시가 생성되는 최초의 자리에 가 새롭게 이름 붙이고 사물의 의미를 부여한다. 시의 자리가 낮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데서 출발하듯 박승우 시인의 시적 소재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바닥에 떨어진 씨앗에서 구한다.
시의 씨앗도 말을 품고 있다.
시의 씨앗이 시가 되는 날,
마음을 열고 첫 고백을 한다.
‘시인의 말’을 보면, 말을 따라 걷다가 시가 닿은 자리에 마음을 열고 첫 고백을 하겠다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고백하는 사람임을 환기해보면 박승우 시인의 시가 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의 씨앗을 뿌린 시인의 말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 『나무동네 비상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의 씨앗이 자라는 자리
꺾으면
꺾은 사람 손잡고 있지만
그냥두면
지구와 손잡고 있다
-「풀꽃」전문
4행으로 된 짧은 시 속에 울림이 크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을 통해 사람과 더 나아가 지구와 손잡는 모습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 더 나아가 우주가 함께 살아가려면 “그냥두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그냥 두는 것이 결국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따닥따닥
자판 위를 말이 달린다
또박또박
모니터에 발자국 찍힌다
-「말 발자국」전문
봄이 나무동네 비상벨 울렸나?
꽃들 비상구 열고 탈출한다
-「아름다운 탈출」전문
박승우 시인은 특유의 유머도 잃지 않는다. 앞선 시인의 말에서 “시의 씨앗도 말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