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윤리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
20세기는 윤리학의 전성기였고 그런 상황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고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의료 윤리, 생명 윤리, 법조 윤리, 기업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도덕 기준과 적용에 대한 성찰이 절실해지면서 현대 윤리학의 관심은 ‘옳은 선택’이란 과연 무엇이냐는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 ‘옳음’의 기준은 개인의 권익 보호일 수도 있고, 공동체의 이익 보존일 수도 있다. 그 기준이 무엇이든 가능한 여러 행위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옳으냐는 데 현대 윤리학은 초점을 맞춘다. 선(좋음에 옳은 선택의 결과 이상의 의미는 없다. 선택은 외적 행위다. 윤리학이 선택의 범주에 머문다면, 각자의 행위 이전 심리 상태는 윤리학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럴 때 이른바 내성(introspection은 윤리학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된다. 현대 윤리학의 주류에서 행위의 내적 동기, 갈등 같은 인간 내면의 상태는 완벽하게 무시되고, 관찰 가능한 외적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만 부각된다.
『선의 군림』에서 머독은 현대 윤리학의 이런 흐름을 실존-행태주의로 규정하고 이에 완강하게 대립한다. 그녀는 묻는다. 과연 이것이 윤리학의 본령인가? 선에 대한 지향을 배제한 윤리학을 과연 윤리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는 선 추구하기, 선 사랑하기
머독이 이 책을 저술할 당시 철학계의 주류는 유럽의 실존주의와 영미권의 분석철학이었다. 아이리스 머독의 도덕철학은 이 양대 철학의 핵심을 반박한다. 그녀는 플라톤과 특히 시몬 베유의 영향을 받아 초월적 신과 타자를 아우르는 현실에 대한 ‘관심 쏟음(attention’이라는 개념서 영감을 얻고 자유로운 행위자의 자율적 행동을 도덕의 기초로 보았던 기존 관점을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행동의 목적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오늘날 세태와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선이 무엇인가를 규정하지 않는 이 책은 결과 지향적인 사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초월적인 선 개념을 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