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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양장
저자 알라 반크로프트
출판사 사계절출판사
출판일 2020-02-28
정가 14,000원
ISBN 979116094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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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에서 침묵으로, 어느 여름날의 기록
여덟 살 소년은 하루에 한 문장씩 일기를 쓴다. 2학년으로 올라가는 조건이자, 글씨 쓰기 연습을 위한 방학 숙제였다. 무척 단순하고 일상적인 문장들은 아이의 시선과도 꼭 닮았다. 숲을 거닐고, 날아가는 풍선과 비행기를 바라보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는 평범한 일상. 물론 무서운 폭풍우가 쏟아지거나 전기가 나가는 날들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즐거운 여름 방학이 이어진다. 하지만 단 하루, 한 줄의 일기는 그 일상을 전부 바꾸어 놓는다. ‘1939.9.1. 전쟁이 시작되었다.’ 소년이 마주한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 일기장에 담긴 시선은 여전히 단순하지만 우리는 짧은 문장들만으로도 피난의 여정과 당시 두려움이 가득했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축구를 하고, 동생과 탁구를 치며 놀던 일상은 사라지고 대포 소리와 포탄 파편들이 소년의 하루를 가득 메운다.
어린 아이의 눈에 담긴 전쟁은, 가족과 어딘가에 숨어야 하고, 비행기가 어두운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언지 모르지만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9월 15일 이후 소년의 일기는 날짜만을 남긴 채 침묵한다. 일기장 저편에서 벌어졌을 일들이 가슴을 저미는 대목이다.

80년 전의 일기장, 그날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그림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실제 일기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책장 사이사이에 그 실제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빛바랜 줄 공책에 또박또박 쓴 글자들이며 잘못 쓴 글자 위에 줄을 긋거나 고쳐 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소년의 일기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8월 29일의 일기는 더욱 애틋하다. ‘1939.8.29. 아빠가 나를 보러 왔다.’ 언뜻 평범한 문장처럼 스치지만, 그 일기는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소년의 마지막 기록이다. 역사적인 기록이면서,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책. 그리고 그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단연 시선을 끄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알라 반크로프트는 어린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