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속에서도 시들지 않았던 책과 독서에 관한 갈망
이렇듯 책 읽기는 깨어 있음을 두려워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 진시황제 시대의 분서갱유를 비롯하여, 나치스정권 시 불태워진 수많은 문학 작품들은 지배 세력과 책 읽기의 대립 상황을 말해 준다. 단지 정치 세력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왔던 것만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독서가들은 매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인물로 비쳐졌다. 그 이유는 세상의 소란함에는 무관심한 듯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한 인간의 이미지가 침범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와 이기적인 눈길, 그리고 은밀한 행동을 뭉기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책에 파묻혀 무슨 꿍꿍이수작을 부리는지에 대한 두려움은 요술쟁이나 연금술사들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컴컴한 구석에서 어떤 짓을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독서가들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책의 세상에 빠지기를 즐긴다. 독서는 즐거움이면서, 인생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한 무기이면서, 독서가 개개인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은밀한 특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