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감정마저 불평등한 세상에서
1부 우울과 행복
앓아봤다(나도 그땐
우월하다
빼어나다
다행이다(나만 우울하지 않아서
명랑하다
의연하다
병약하다(누구든지
수십억 벌다(우습게
행복하다
소박하다
자신하다
2부 차별과 혐오
기회다
야심차다
멀었다(넌 아직
정정하다
그러니 안 된다
보람을 뺏기다(의로운 당신 때문에
용기 있다
사과하다(기업이
보상하다
싫다(아무튼
내 취향이다(싫어함도
시큰둥하다
휩쓸리다
웃다(어이없어
3부 사랑과 사회학
안착하다
추구하다
연구하다(연애를
바로 내 이야기다
사랑하다(근데 누구를?
안전하다
4부 감정과 공감
괜히 묻다
의뢰하다
번역하다(감정을
디테일하다
측정하다(감정을
비유하다
아쉽다
여전하다/여전~~하다
따지다(결혼 적령기를
절실하다
기구하다
녹초가 되다
기만하다
괴롭히다(정작 자신과 주변을
5부 지식사회의 풍경들
이 바닥 좁다
얄팍하다(근데 마음이 움직인다
세계를 말하다(누군가의
취향을 드러내다
선량하다
진솔하다
동등하다
경력을 말하다(묻지도 않았는데
각별하다
찌들다
에필로그: 절반을 위한 몸짓
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의 피로감과 상처를
지혜로 치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_김소연(시인
오늘날 사회에서 감정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사실상 공적 담론의 현장을 혐오 정서가 지배한 지 오래되었고, 젊은 세대는 물론 기성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 속에서 살아간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경악과 함께 공감의 능력도 도처에서 강조되지만, 타인을 배려할수록 소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은 왜 순식간에 일 혹은 짐이 되어버리며, 이성과 논리의 말이 겉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책은 오늘날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감정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본다. 흔한 편견처럼 감정은 고정되어 있지도, 분명하지도 않다. 오히려 시대에 따라 감정은 달리 구성되고 달리 평가된다. 저자는 이렇게 변화하는 감정의 맥락을 총 5부에 걸쳐 55개의 단어로 짚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지난 시대에 부정적으로 해석되었던 우울이라는 감정이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기도 하고, 마냥 좋은 감정 문화일 것 같은 공감의 역효과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전복적인 시선만이 아니라, 새롭게 응집되어 나가는 감정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특히 혐오 감정과 조바심 등이 자아내는 부조리한 풍경들을 두루 아우른다.
저자는 학술의 틀 안에서 논증을 목표로 하기보단, 함축적인 단편들 속에 행간을 밀도 있게 짜놓는 서술 방식을 택했다. 이는 독자들이 멈추어 서서 가만히 생각하도록 이끈다. 사실 우리 시대의 매체 환경이 제공하는 막대한 인풋 앞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듣는 능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바로 그것이 과도하게 감정화하는 사회의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탄탄한 사회학 연구 아래 문예적인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이를 타파할 사유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섬세함을 통해 이 책은
그저 괜찮다는 위로가 담긴 짧은 단상들이 아니라,
짧은 글들로 모인 ‘감정 사회학’이 되었다. _엄기호(문화연구자
1부 ‘우울과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