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 속 은유로 건져 올린, 에릭 바튀가 세상에 던지는 작은 우화!
배고픈 거미가 사바나 사막에 거미집을 짓습니다. 산책하던 코끼리는 이 거미집에서 신나게 그네를 타지요. 거미는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 코끼리를 꽁꽁 묶어 집으로 가지만, 걷지 않고 편안하게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한 코끼리는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몸에 올리브유와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움직이면 안 돼!”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거미에게 코끼리는 “응, 알았어! 진흙을 바르고 햇볕을 쬐는 건 최고야.”라고 응답합니다. 영영 평행선을 그릴 것만 같은 이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들의 동상이몽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이 그림책의 모든 공간과 상황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들로 가득합니다. 늘 빨간 태양이 떠 있는 뜨거운 사바나 사막에 거미집을 짓는 거미와 거미줄에서 그네를 타는 코끼리, 코끼리를 거미줄로 묶고 프라이팬에서 요리를 하는 거미와 이 모든 일을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는 천진한 코끼리. 자신을 엄청난 대식가라고 생각하는 거미는 코끼리를 맛있는 먹잇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끼리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즐거운 놀이에 마냥 신나기만 합니다.
놀랍게도 그림책을 보는 동안 우리는 이 두 주인공의 동상이몽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어느 것 하나 가능할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지만, 마치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거미와 코끼리의 이 작고 유쾌한 소동을 통해 우리에게 불가능한 관계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몸집도, 생각도, 하고 싶은 것도 다르지만 결국 이들은 친구가 되니까요.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경계와 편견이 없는 존재들의 평화로운 관계맺기. 바로 에릭 바튀에가 우리에게 전하려던 이야기가 아닐까요.
느낌과 감정을 나누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어!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는 상상 속 이야기로 우리 마음의 동요를 일으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