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은 왜 후금에 항복했을까?
역사 책에 보면 광해군은 정치를 잘못해서 나라를 위험에 빠트린 사람으로 나온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이 바로 명나라를 들이친 후금을 도운 것이었다. 명나라 사신은 광해군한테 후금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명나
라에 지원군을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조정 신하들은 명나라를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두 파로 갈라지고 광해군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광해군이 선뜻 결정을 못 내린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명나라든 후금이든 어느 한쪽 편을 들어도 조선한테 아무 득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때 조선은 임진왜란을 치르고 난 뒤였다. 왕세자였을 때 큰 전쟁을 겪은 광해군은 전쟁이 나라와 백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조선에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이었다. 전쟁을 피하고 조선을 구하려고 광해군은 강홍립을 불러 명나라에 지원군을 보내는 한편, 후금에게는 항복하는 중립 외교를 펼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얼마 못 가 광해군은 왕위에서 쫓겨나고 광해군의 모든 고민과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이 책은 광해군이 후금에 항복한 것은 혹시 잘 짜 놓은 계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강홍립은 오랑캐였을까?
강홍립은 광해군이 가장 믿은 신하였다. 그는 조선 군사들이 억울한 죽음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광해군의 생각과 뜻을 같이 했다. 명나라와 후금의 상황을 두루 꿰고 있던 강홍립은 두 나라를 오가며 줄타기 외교를 펼친다. 하지만 광해군이 왕위에서 쫓겨난 뒤 조선으로 돌아온 강홍립도 오랑캐로 몰린다. 광해군이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한 것처럼 강홍립도 역신으로 몰려 벼슬을 잃고 쫓겨나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은 그저 광해군과 강홍립,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가 명나라와 후금을 훤히 아는 강홍립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광해군과 강홍립이 내린 결정이 조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광해군이 생각한 대로 외교를 이어갔다면 조선의 역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