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리히터라는 화가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위르겐 슈라이버의 치밀함 때문에 이 책을 기획했다. 일개 신문기자가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하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의 편집증적인 꼼꼼함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독특한 서술 방식과 낯선 스타일, 꼬리를 물고 쉼표로 이어지는 문장, 문장 곳곳에 담긴 독일의 특수성 등 여러 어려움에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리히터 작품에 관심이 있는 미술 독자들이나 독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언론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 전반에서 거론되는 독일의 어두운 그림자와 맞물며, 과거사 청산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내용소개>
‘회화가 죽었다’고 이야기되던 시대에 회화를 포기하기는커녕 “회화는 지금보다 더 완성되어야 한다”면서 캔버스를 붙잡고 씨름하던, 할리우드 스타만큼이나 멋진 외모의 화가 리히터. 이 책은 그의 가족과 그에 관한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드레스덴을 녹여버린 불꽃은 리히터의 가슴속 심연으로 숨어든다. 저자 위르겐 슈라이버는 예언과도 같은 “그 아이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는 첫 마디를 던지고는 바로 이날의 광경에서 진실을 향한 첫 여정을 시작한다. 화가도 몰랐고, 독일인들조차 다시 거론되기를 꺼려했던 무서운 진실이 끈질긴 인내심과 꼼꼼함, 그리고 추진력을 갖춘 저자에 의해 낱낱이 밝혀진다.
27살 나이에 정신병원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리히터의 이모와 독일 친위대 대원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현실에 충실했던 장인 오이핑어. 리히터 작품의 대상이 된 이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광분에 휩싸인 독일과 국가가 휘두르는 거대 권력의 지배를 받으면서 순수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을 강요받던 많은 사람들. 이런 무서운 사회적 기류가 한 가족을 어떻게 무너뜨렸으며, 화가의 작품에 어떻게 표